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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용품 쓰기

어항에 쓸 물에서 염소를 제거하는 최고의 방법

by dumbung_arium 2023. 8. 29.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중공사막식(직수형) 정수기 물을 받아서 쓰면 됩니다. 그럼 근거자료까지 첨부해가며 좀 자세히 들어가볼까요.

 

염소란 무엇인가

 

물 속의 유해세균을 없애기 위한 살균제입니다. 수돗물에는 염소가 어느 정도 들어가도록 법으로 정해져있죠. 그래야 대장균, 콜레라 균같은 나쁜 세균이 없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으니까요. 이를 위해 (쉽게 말하면) 락스 성분같은 걸 아주 묽게 타는 겁니다. 한 시간 안에 싹 죽는다더군요.(완전 자세한 설명을 원하신다면 환경부 발행 '정수처리기준 해설서' PDF가 있습니다.)

 

이처럼 꼭 해야 하는 게 수돗물의 염소 소독이지만 이게 물생활엔 나지막하나마 허들이 됩니다. 유해세균뿐 아니라 유익한 여과 박테리아도 죽일 테고(박테리아 = 세균) 나아가 일부 생물에도 위험하다고 하니까요. "멀쩡하기만 하더라"는 케바케일 거예요(더 자세한 정보가 있는 블로그).

 

염소가 실제로 얼마나 들어있는가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자료가 확실할 듯합니다. 링크된 것은 조선일보 기사로, 2013년 자료지만 지금도 별 차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도표만 옮겨와볼게요.

 

수돗물, 정수기 물, 생수의 수질 검사 결과 (국립환경과학원) [출처: 조선일보 2013년 8월 20일자 기사]

 

일반 수돗물: 정수장보단 덜하지만 약간의 염소는 남아있습니다. 물탱크가 설치되어있는 아파트라도 100% 안전보장은 못하겠군요. pH는 칼같이 중성(7.0)입니다.

중공사막식 정수기: 염소 없습니다. pH 7.2입니다. 필수 미네랄(무기질)도 살아있습니다. 최곱니다. 온도만 맞췄다면 바로 물갈이하시면 됩니다.

역삼투압식 정수기: 염소 없습니다. pH 6.4의 약산성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더 좋습니다. 그러나 미네랄이 싹 걸러집니다. 벌새우(비쉬림프), 산호초항(이끼 최소화를 위해)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오히려 안좋습니다. "정수기 물은 어항에 쓰면 안좋다"는 도시괴담의 근거가 바로 이겁니다. 정수기 물이 다 안좋은 게 아니라 역삼투 정수기 물만 안좋은 겁니다.

생수(삼다수): 염소는 없는 대신 pH 7.8의 약알칼리성입니다. 일반 수조에 쓰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너무너무 비쌉니다.

 

염소를 어떻게 없애면 되는가

 

이런 이유에서 중공사막식 정수기 물을 받아서 쓰는 것이 제일 쉽고 편한 방법입니다. 1순위로 추천합니다.

 

  1. 염소가 전혀 없습니다.(정확히 말하면 '불검출'이지만 그거나 그거나.)
  2. pH도 거의 중성입니다.
  3. 동식물에 필수적인 미네랄 성분이 온존해 있습니다.
  4. 냉온수 기능이 있는 제품일 경우 물 온도 맞추기도 쉽습니다. 염소 제거보다 훨씬 중요해요! 수돗물은 물론 중공사막식 정수기 물도 겨울에는 십몇도 정도로 차갑고 여름에는 30도 가까이 더워지므로 꼭 신경 쓰셔야 합니다.
  5. 기다림 없이 바로 환수할 수 있습니다. 따로 뭐 하거나 뭐 넣을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중공사막식 정수기가 집에 없다면? 차선책은 수도꼭지 정수기입니다. 간단히 수도꼭지에 끼워 카본 필터로 염소와 중금속을 제거해주는 이런 제품들도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비용도 얼마 들지 않구요.

 

이마저 여의치 않다면? 전통의 '염소 날리기'로 돌아가야죠. 물통에 받아놨다가 하루이틀 지나서 쓰고(너무 여러 날 받아두면 유해세균 생겨요), 물통은 뚜껑 없고 투명한 게 좋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빛을 받으면 염소 제거가 더 잘된대요), 시간이 부족하면 기포기로 에어레이션도 해주는 겁니다. 수온 맞추기 잊지 마시구요.

 

많이들 보셨겠지만 '환경부 자료'라고 알려진 내용을 다시 한 번 인용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끓일 경우, 믹서기로 돌릴 경우 등 물생활과 관련 없는 항목은 뺄게요.(끓이면 가장 확실하게 염소가 제거되므로 음식 만들 때는 수돗물을 바로 써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애당초 이 정도 염소는 세균 및 소형 동물에나 해롭지 사람은 까딱 없기도 하구요.) 

 

물통에 받아놓을 경우

  • 24시간 경과시: 염소의 83%가 감소
  • 48시간 경과시: 98%가 감소

기포기로 에어레이션할 경우

  • 5분 경과시: 염소의 30%가 감소
  • 30분 경과시: 75%가 감소
  • 120분 경과시: 91%가 감소

이처럼 가만 둬도 날아가는 게 염소이므로 여과 박테리아에겐 재앙일지언정 다른 생물들은 큰 문제 없는 거겠죠(물벼룩은 예외). 환수 후 수조에서도 염소는 계속 줄어들어갈 테고, 박테리아보다 내구력이 월등한 물고기 등은 좀 켁켁거리다 만다는 맥락. 박테리아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불어날 거구요. 하지만  어렵지도 않은 여러 방법이 있는데 굳이...

 

대표적인 물갈이제 제품들. (왼쪽부터) 아쿠아리오 네오C, 국제프리츠 원터치, 테트라 아쿠아세이프, API 스트레스 코트+ [출처: 홍보용 이미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시죠? 약품입니다. 물갈이제, 염소제거제, 수질중화제 등으로 불리고 있죠. 염소와 중금속 제거에 더해 몇몇 유용한 성분도 넣어놨고 제일 빠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들어가는 즉시 효과를 발휘하므로 투여 후 쓱 저어주기만 하면 바로 쓸 수 있거든요. 반면 돈 주고 사야 된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

 

이상 다섯 가지 방법을 열거해봤습니다: 중공사막식 정수기, 수도꼭지 정수기, 하루이틀 받아놓기, 에어레이션, 약품. 물생활 정답 없다지만 과학의 영역이라면 제대로 알아둘 필요는 있을 겁니다. 염소 안 날려도 문제 없다, 정수기 물은 어항에 쓰면 안된다, 물갈이제는 항상 필수다, 물갈이제 넣고도 몇 시간 두거나 기포기를 돌리는 게 좋다... 다 틀려요. 정답은 없어도 오답은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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