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스케이핑 Hardscaping, 수조를 꾸미는 아쿠아스케이핑 작업 중 동식물을 투입하기 이전 단계에서 '딱딱한' 재료들로 모양을 꾸미는 것을 뜻하죠. 하나의 수조 생태계가 가정이라면 하드스케이프는 인테리어쯤 되려나요. 이를 위해 바닥재(흙, 모래, 자갈 등), 돌, 나무들이 다양하게도 동원됩니다.
이때 그 모양이나 색감같은 외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재료의 pH값(수소이온농도지수, 세칭 '산도')입니다. 수조 속 생물마다 적정 pH가 다르다는 것쯤 물판에서는 기본상식에 속합니다만 문제는 수조를 멋지게 꾸미겠다고 이것저것 집어넣었다가 재료의 pH값 때문에 생물들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체로 '소일은 약산성, 흑사는 중성~약알칼리성, 산호사는 알칼리성'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또 그밖의 재료들은 어떨까요? 거북항을 확장이전하면서 옥자갈을 썼다가 고생했던 경험 때문에 집에 있는 재료들을 일일이 재보기로 했습니다.(거의 테트라 한 통 다 썼;;)
먼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측정 시약: 테트라 '테스트 pH'
- 측정 방법: 투명 플라스틱 컵에 재료를 반쯤 담는다 -> 정수기 물(사전측정 결과 pH=7의 중성)을 컵에 충분히 채운다 -> 하루쯤 방치한다 -> 위의 시약으로 측정한다
이렇게 꽤 여러 날이 걸려 뽑아본 데이터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몇몇 재료는 위의 방법으로 측정이 불가능했거나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검색 결과를 참고했구요.
- 연갈탄: [시중 정보] 3.5~4.0 (*물이 너무 갈색으로 변해서 시약 색깔을 봐야 하는 위의 방법으로는 측정이 불가능해 시중의 정보로 대신함)
- 피트모스: [제품 설명] 4.0 (*위와 마찬가지 이유로 제품설명에 나와있는 정보로 대신함)
- 제올라이트: [학술 논문] 5.7 (*재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구글링으로 나오는 논문의 정보로 대신함)
- 소일(네오 컴팩트 소일 3mm): 6.5
- 황호석(케이조경스톤): 6.5
- 난석(홈플러스): 6.5~7.0
- 왕사(유원산업): 6.5~7.0 (*단, 동호회의 대체적인 의견으로는 7.5 내외, 논문에 의하면 7.9라고 함)
- 모래(네이처샌드 브라이트 플러스): 7.5
- 마사토(원예용): 7.5
- 흑사(우석, 세틀 등 여러 제품 혼합): 7.5
- 화산석(미미네스톤 레드): 7.5
- 쇄석: [학술 논문] 7.8 (*재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구글링으로 나오는 논문의 정보로 대신함)
- 청룡석(아쿠아가든): 8.0
- 해구석(우석): 8.0
- 산호사: [시중 정보] 8.0 (*재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시중의 정보로 대신함)
- 컬러 샌드/컬러 스톤(유원산업 아레나 산호색): 8.0
- 옥자갈(춘자네, 마이플랜트 등 여러 제품 혼합): 8.5
- 방해석: [학술 논문] 8.9 (*재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구글링으로 나오는 논문의 정보로 대신함)
이상과 같습니다. 대체로 들어온 바와 비슷한 결과네요. 다만 황호석이 약산성으로 나온 것(진흙이 뭉쳐서 굳어진 것이니 그럴 만도), 청룡석이 해구석/산호사만큼이나 알칼리 쪽으로 나온 것, 테스트의 계기가 되었던 옥자갈이 이렇게나 pH 끌어올리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물건이라는 사실 정도가 인상적입니다.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이 보증할 순 없습니다. 우선 천연재료들은 산지마다 제품마다 들쑥날쑥일 가능성이 없지 않구요. 나름 정성을 들인다고는 했지만 어딘가 엉성했을 수 있는 주먹구구식 테스트기도 합니다. 하지만 몇몇 재료들은 다시 재보거나 수조 리셋 후 재확인을 거쳐도 크게 다르진 않았어요(특히 옥자갈).
가장 좋은 방법은 위의 내용을 참고해서 각자 직접 해보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끝나버리면 테트라 제품 광고같으니까 덧붙이자면, pH 테스트용 시약으로는 테트라 외에 세라, 프로닥, API 등의 제품도 유명하며 더 가성비 높은 대안으로 만능지시약이나 BTB 용액도 있다고 합니다.(테트라 제품은 사진 속의 측정기구들도 포함된 가격이니 비쌀 수밖에요.) 그밖에 기계식 테스터도 있지만 믿을 만한 제품은 가격도 비싸고 주기적인 전극 교체와 영점 교정까지 필요하다니 가정용은 아닌 듯.
그런데 과연 pH까지 재가며 물생활을 해야 할까요? 해수항도 아닌 담수항에서? 경험상 엄격히 pH를 맞추는 것보다 중요한 건 pH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쪽인 것도 같구요.(약알칼리성이 좋다는 애가 수초항(약산성)에 적응해서 잘 사는 걸 굳이 가재항(약알칼리성)으로 옮겼다가ㅠㅠ)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초기 세팅 후 및 분기별 정도로는 재봐주는 게 마음의 평화에 낫더라는. 물생활, 결국은 재미와 만족감을 위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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