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물생물 알기

초보수초마저 죽여먹는 5대 비법

by dumbung_arium 2024. 4. 1.

식물, 어렵습니다. 얼핏 동물보다 쉬을 듯하지만 막상 키워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거 식집사님들은 아시죠. 죽었을 때 심적 데미지가 덜할 뿐, 살려만 두기도 간단치 않고 잘 키워내기는 동물보다 어렵다는 분도 많습니다.

 

수초도 마찬가지. 같은 식물이니만큼 큰 틀에선 엇비슷하지만 대체로 육상식물보다 반응이 빠르고 뚜렷해서 희비의 롤러코스터도 그만큼 짜릿하곤 합니다. 조건만 잘 맞으면 일주일에 두 배씩도 자라지만 반대의 경우 몇 달을 비실비실하다 조용히 녹아버리죠;; 혹은 몇 달 동안 일시정지였다가 어느 순간부터 정신 없이 불어나거나 그 반대이기도요.

 

고수가 못 되는지라 어떻게 하면 수초를 잘 키우는지까진 모르지만 반대로 어떻게 하면 죽여먹는지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래의 다섯 가지만 충실하게 해주면 됩니다. 제가 처음 시작할 때 하나도 안 빼먹고 골고루 시전했다가 극초보용이라는 암브리아, 붕어마름까지 죽여먹어봐서 압니다ㅠㅠ 부디 저와 같은 우를 범하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도 초보용.

 

5대비법이 골고루 시전된 사례. 바닥에는 종류도 불분명한 자갈이 깔려있고, pH는 재본 적도 없고, 약한 LED 조명이 전부인데다, 이산화탄소 공급은 당연히 없고, 아무 비료도 넣지 않았다. 심지어 수초는 마트에서-_- 사온 그대로 솜에 돌돌 말려 미니 토분에 꽂혀있다. 결국 암브리아는 한 달 반만에 죽어버렸다.

 

(1) 흙 : 소일 말고 다른 데 심기

 

육상식물에 견주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대부분의 식물이 흙 soil에서 잘 살죠. 모래나 자갈에서도 버텨내는 종이 있긴 합니다만 그야말로 버티는 것일 뿐.(선인장같은 건 논외로 하자구요. 草 게시물이니까^^.)

 

사실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어항용 소일 제품이 널려있습니다. 흙을 동글동글하게 뭉쳐서 살짝 구워놓은 거죠. 어항 속에 가루 흙을 그대로 퍼넣었다간 진흙탕이 돼버릴 테니까요. 이걸 사서 바닥에 깔고 거기다 심는 게 전부. 다른 바닥재보다 비싸지도 않고,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다루기 힘들 것도 없죠. 다른 물 속 생물들에게도 여러 모로 좋다더군요.

 

최악인 건 수족관에서 가져온 그대로, 솜이나 스펀지에 심어진 쪼끄만 화분 채 어항에 넣기. 차라리 심지도 말고 물에 둥둥 띄워두는 편이 낫습니다. 반드시 싹 제거한 뒤 최소한 더 큰 화분에라도 옮겨심으시기 바랍니다. 수초 뿌리는 놀랄 만큼 빨리 뻗어나간다는 점 명심하시구요.

 

소일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데 뭘 골라야 할까요? 저는 그냥 저렴한 기본형 제품을 쓰고 고형비료를 별도로 투입해왔습니다. 잘만 자라요. 하지만 비료 성분을 추가해놓은 '영양계 소일'도 있으니 취사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기본형 소일의 대표주자 격인 아쿠아리오의 네오 컴팩트 소일 3mm 8리터짜리 제품. 말 그대로 가장 무난한 제품이다. 소일의 굵기는 3~5mm가 일반적으로 쓰인다.

 

다만 소일에 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여건들이 있긴 합니다. 바닥 파헤치기 좋아하는 녀석들(거북이나 가재에서부터 로치, 코리도라스까지)을 키울 경우, 수초보다 바닥 청소가 훨씬 긴요한 경우 등. 이럴 땐 화분에 심어놓는 방법(거북이, 가재에겐 통하지 않지만), 돌이나 유목에 활착시킨 음성수초만 키우는 방법(대신 수질개선 효과는 기대하지 마세요), 부상수초만 키우는 방법(어항 관리 때 걸리적거리긴 합니다) 등이 있습니다.

 

(2) 물 : 알칼리성 물에서 키우기

 

땅 다음은 물. 정확하게는 약산성(pH=6.0~6.5 가량)이 아닌 물에서 키우기라고 해야겠네요. 알칼리성 뿐만 아니라 보다 더 산성인 물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요컨대 비료 성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합니다.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서 식물이 흡수할 수 없는 상태로 바뀌어버린다는군요. 대체로 산성에서는 다량원소, 알칼리성에서는 미량원소들이 더 그렇다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영향은 확실합니다. 그 생명력 강하다는 모스나 부상수초도 피해가지 못해요. 어떻게든 적응하고 마는 강종도 있지만 비실거리다 죽어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물은 보통 수돗물을 염소만 제거해서 쓰면 되고[방법은 이 게시물 참고], 바닥에 소일 깔고(pH=6.5 정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돌만 '이상한 거' 안 넣으면 됩니다. 알칼리 쪽으로 확 끌어올려버리는(=석회 성분이 많은) 돌이 몇 가지 있거든요. 청룡석, 해구석, 옥자갈, 방해석 등.[자세한 목록은 이 게시물 참고]

 

멋있어서 아쿠아스케이핑에 자주 쓰이지만 pH 관리엔 애를 먹이는 애증의 돌 청룡석. 8.0 내외를 자랑한다. 소일 및 유목과 함께 써야 간신히 7.0~7.5 정도에 맞춰진다.

 

이걸 모르거나 우습게 봤다가 나중에 난처해지는 경우 의외로 많습니다. 공들인 아쿠아스케이핑을 뒤엎기란 실로 눈물 겨운 일이죠. 수초항을 제대로 운영하시려면 재료의 미관뿐 아니라 성질도 꼭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굳이 소일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pH를 낮춰준다는 재료를 쓰면 될 것 아니냐? 경험상 큰 효과 없습니다. 유목을 넣으면 pH가 쫙 하강한다, 연갈탄이 그렇다더라, 피트모스가 낫다더라, 사방오리나무 열매, 아몬드 잎, 다 써봤습니다만 바닥재 수준으로 들이붓지 않는 이상 0.5 이상 끌어내리기 힘들더군요. 처음부터 재료 선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3) 빛 : 전용 조명 안 쓰기

 

수초항 하나 꾸며보려면 제일 먼저 놀라게 되는 대목이 십중팔구 조명 가격이라죠. 좀 괜찮은 거 써보려면 한자어항용이 5만원, 두자용은 10만원을 훌쩍 넘기곤 하니까요. 그래봐야 산호 조명에 비하면... 일반 조명의 몇 배씩 되는 이 물건들이 과연 돈값을 할까요? 이거 없으면 수초 하기 힘드나요?

 

네, 그렇습니다. 초보용 수초, 모스, 음성수초 정도라면 일반 조명으로도 어떻게든 되지만 한 발짝만 더 나아갈래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한두 촉 꽂아두는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인 수초항을 생각하신다면 수초 전용 조명은 필수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수초는 다른 식물들과 똑같이 합성을 기본으로 살아가니까요.(구체적으로 광합성을 해서 포도당을 얻어 밥으로 삼습니다.) 육상식물도 실내 재배가 잘 된다는 종조차 밝은 창가는 돼야 제대로 큽니다. 하물며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종이라면 빛의 차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길러본 분은 아실 거예요. 근데 수초는 음성수초 빼면 거의가 후자에 가깝거든요.

 

음성수초인 부세 팔란드라의 꽃. 물 속에서도 피는 몇 안되는 꽃 중 하나다. 두 포기가 모여있어 두 송이 피었다. 음성수초라도 어느 정도는 빛이 있어야 이렇게 꽃도 피워올린다. 사용중인 조명은 아쿠아스의 메탈라이트 라인 600 플랜츠.

 

하오니 전용 조명 없이도 잘 사는 수초 찾아볼 시간에 알바를 뛰어서라도 전용 조명을 장만하시는 게 이득입니다. 요즘엔 다 LED이기 때문에 수명도 굉장히 길고, 추천할 만한 몇몇 브랜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서 A/S 받기도 쉽기 때문에 한 번 사면 본전 충분히 뽑을 수 있거든요. 구체적으로는 아쿠아스의 메탈라이트 라인 시리즈와 트윈스타의 C 라인 정도를 추천합니다.

 

음성수초만 하면 될 것 아니냐? 우선 선택지가 대폭 제한됩니다. 게다가 가격은 몇 배 비싸요. 성장이 느리거든요. 수질정화 능력도 훨씬 떨어집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장속도가 빠른 종이 수질정화 능력도 좋으니까요.

 

(4) 공기 : 이산화탄소 공급 안하기

 

수초항 준비하다 멈칫하게 되는 두 번째 고개, 이산화탄소를 별도로 공급해줘야 한다는 비보죠. 안 그래도 온실가스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져가는 시대에 돈 써가며 이탄까지 바쳐야 한다니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광합성의 원리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음을 납득하게 됩니다. 광합성이란 게 빛을 양분으로 바꾸는 게 아니죠. 빛은 어디까지나 화학작용을 위한 에너지원(비유하자면 공장을 돌리기 위한 전력)일 뿐, 정작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쓰이는) 재료는 따로 있습니다: 물과 이산화탄소. 화학식은 이렇게 됩니다.

 

이산화탄소(CO2) x6 + 물(H2O) x6  [엽록체가 빛에너지를 활용해 분해 재결합] → 포도당(C6H12O6) + 산소(O2) x6

 

이게 식물이 밥벌이하는 기본식입니다. 물이야 어항이니까 널렸다지만 이산화탄소는 필요한 만큼 저절로 주어지지 않거든요.(수초와 육상식물이 정반대 처지인 거죠.) 그래도 조금씩은 얻어지므로 별도로 공급해주지 않아도 살 수는 있지만 넉넉한 것과는 다르죠. 성장속도가 몇 배 차이 납니다. 전용 조명과 같은 이치.

 

공급 방법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가져다 쏴주는 방법. 이른바 고압이탄이라고 하는 것으로, 가스통같은 걸 어항 옆에 세워놓고 조금씩 주입시키는 방법입니다. 예전엔 LPG통만큼 무식하게 생긴 걸 집 안에 둬야 해서 심히 난감했지만 요즘엔 작고 부담 없는 소형 제품도 있습니다.
  2.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서 주입하는 저압이탄. 막걸리 발효시키는 방법과 대동소이합니다. 거기선 이탄을 날려버리고 술을 얻지만 여기선 반대가 되죠. 이 역시 예전엔 일일이 자작을 하곤 했지만 요즘엔 키트 구입으로 간편화되었습니다.
  3. 용액이나 알약을 투입하는 방법. 제일 간편해보이지만 거의 아무도 이 방법을 안 쓰는 덴 이유가 있겠죠. 저 역시 말리고 싶어 이만 줄이겠습니다.

실은 알약과 용액을 써보다 때려치운 뒤 줄곧 저압이탄을 쓰고 있는데요. 초기비용이 적게 들고 과학실험하는 재미도 있고 효과 또한 좋아서 첫걸음용으로 추천하기 무난합니다. 하지만 수초항을 본격적으로 할수록 고압이탄으로 많이 넘어가시는 것도 사실. 전자로는 아쿠아리오의 네오 CO2가 제일 유명하고 후자엔 이스타, UP 등이 있습니다.

 

수조 내에 네오 CO2 디퓨저를 설치해놓은 모습. 오른쪽의 네오 릴리버 + 네오 스키머와 짝을 맞춰 네오 믹서를 쓸 수도 있으나 경험상 득보다 실이 크다.[리뷰: https://dumbung.tistory.com/11 ]

 

(5) 양분 : 비료 안 주기

 

물, 빛, 이산화탄소가 광합성의 3대요소라고 말씀드렸지만 식물의 3대 필수요소는 빛, 이산화탄소와 함께 비료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적어도 수초에 관해서는 이렇게 셋을 꼽는 게 맞겠네요. 광합성으로 밥을 먹는 거라면 비료는 반찬이라고 비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없어도 죽진 않지만 좋을 리 없겠죠.

 

자세하게 들어가면 뭐가 많이 나뉘고 모이고 하는데 이게 다 비료가 식물 재배의 치트키라서입니다. 농사에서야 흙, 물, 빛, 공기는 기본으로 여기니까 비료에 특별히 신경을 쏟아왔던 거죠. 그래서 나온 게 3대 영양소(질소, 인, 칼륨)니 필수원소 17종이니 다량원소와 미량원소, 유기질과 무기질, 이동성과 비이동성 등등.

 

하지만 초보 단계에선 이런 거 따질 필요 없이 그냥 수초용 비료를 사다 쓰기만 하면 됩니다. 돈 걱정 마세요. 몇천원이면 몇년도 쓰곤 하니까요. 다양하게 갖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한두 가지면 충분해요.

 

다만 종류는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먼저 고형비료와 액비. 어항 세팅 초기에는 고형비료를 씁니다. 뿌리가 먼저 자라야 하니까요. 감자 심듯 소일 속에 푹푹 꽂아두면 됩니다.(단, 영양계 소일을 썼다면 별도의 비료는 필요 없어요.) 몇 달이 흐르면 슬슬 추가비료 욕심이 나게 되는데 이때는 고형비료를 추가할 수도 있고 액비로 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조건에 따라 다르므로 천천히 알아가기로 하구요.

 

또 하나, 질소와 인이 포함된(내지는 주가 되는) 비료와 그렇지 않은 비료가 있습니다. 수초용 비료의 한 가지 특징인데요. 3대 영양소에 꼽히는 둘을 과감히 빼버리는 이유는 어항 속에서 이것들이 '저절로'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고기의 배설물이 여과 미생물에 의해 이들로 변환되는 것이죠.(퇴비의 원리와 정확히 동일합니다.) 오히려 어항 속에선 질소와 인이 너무 많아 문제라 이 두 성분을 안 넣은 제품이 나오는 것이고, 대표적인 게 테트라 이니셜 스틱입니다. 반면 초기 세팅 시나 베타항같이 물고기가 최소한인 상황에선 질소와 인이 포함된 제품이 나을 수도 있으며, 이쪽으로는 네오 플랜츠탭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01
[수동 슬라이드] 조건만 맞으면 수초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에 관한 사례 (1) 두자 수초항 식재 직후의 모습과 불과 11일 후의 모습

 

01
[수동 슬라이드] 조건만 맞으면 수초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에 관한 사례 (2) 모스 트리 활착 직후의 모습과 18일 후의 모습. 생명력 강하기로 유명한 자바 모스이긴 하다.

 

수초 죽이는 5대 비법을 뒤집으면 그게 곧 식물 재배의 '5대 원소'입니다.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안 맞으면 나머지가 넘쳐흐른대도 제대로 자라질 못해요. 중요한 건 밸런스, 그리고 기다림. 여기에만 익숙해진다면 사실 상당수의 수초는 너무 잘 자라는 탓에 나중엔 다듬기 바쁘다 못해 지치기 십상입니다. 그 날은 곧 오리니, 초보수초마저 안돼 걱정이신 분들은 이 다섯 가지를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폭번이 손 흔들며 반겨줄 거예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