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인 쉬림프에 이어지는 두 번째 생먹이 정보, 그 이름도 친근한 물벼룩 기르기입니다. 요령만 익히면 거의 공짜로 무한배양이 가능한 담수항 최고의 생먹이 vs. 여차하면 판판이 몰살의 무한루프에 빠지는 민감한 녀석들. 양식업에서도 유서 깊은 생먹이이자 대표적인 실험관찰용 동물이기도 하죠. (1) 어떤 녀석인지, (2) 어떻게 하면 몰살을 면하는지, (3) 어떤 좋은 방법들이 더 있는지 보따리 전부 풀어보겠습니다.
(1) 물벼룩이란?
물에서 사는 벼룩? 영어로도 Water Flea! 하지만 진짜로 벼룩은 아닙니다. 갑각류 중 새각강(브라인 쉬림프, 풍년새우, 투구새우 등)이라 곤충강인 벼룩과는 혈통이 다르죠. 물벼룩과(科) 밑으로 무려 121종이 있다니 이 바닥도 넓네요. 과학, 산업과 인연이 깊은지라 전문정보 찾기도 쉽습니다. 구글만 가도 한글 논문이 와르르 쏟아지지만 우선 유튜브 채널 하나 알려드릴게요. 물벼룩박사의 생태이야기, 강추입니다. 이하는 물생활과 직접 관계되는 항목만 핵심체크.
종류
큰 건 다프니아(Daphnia, 1~6mm), 작은 건 모이나 Moina(1mm 내외). 이 정도로 넘어갑시다. 분류 따지다 날 새요. 다만 조개물벼룩이라는 녀석은 사실 물벼룩이 아닌 패충류(오스트라코드)이고 물고기들이 먹지도 않으므로 패스합니다.
서식환경
고여있는 민물에서 삽니다. 전세계에 퍼져있고 한국에도 흔합니다. 15~30도의 수온(봄~가을)에서 번성합니다.
먹이활동
끊임없이 물 속을 배회하면서 물을 들이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섞여있는 유기물을 소화하는 거죠. 따라서 먹이를 가리지도 않고 가릴 줄도 모릅니다.(여러 모로 같은 새각강인 브라인과 꽤 닮았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줘도 되는 반면 약품같은 게 섞여들어갔다간 바로 탈이 나는 거랍니다.
일생
다프니아는 수명 40일, 부화 후 7일이면 번식을 시작해 회당 20마리씩 14회 번식 | 모이나는 수명 15일, 부화 후 4일이면 번식을 시작해 회당 20마리씩 8회 번식. 학술논문 두세 편 참고했으니 맞을 거예요.
살기 좋을 땐 즉시 부화되는 알이나 새끼로 단성생식, 먹고 살기 힘들면 양성생식을 통해 내구란으로 버티기 - 이 역시 브라인과 동일. 자세한 건 위의 유튭 참고.
이러니 요령만 익힌다면 마냥 증식이 가능한 거죠. 브라인과 달리 알을 사와서 부화시키는 게 아니라 성체를 사와서 키우면 저절로 계속 증식이 되므로 잘만 하면 넘쳐나서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요령을 익히기가 까다로울 뿐.
브라인 대비 장점
담수종이므로 소금물로부터 해방돼요.
소금뿐 아니라 히터, 조명, 기포기, 부화용품 일절 필요 없어요.
알껍질 제거 노역은 그만. 물론 자석봉도 필요 없어요.
알을 계속 사올 필요조차 없어요. (몰살만 피한다면) 몇천원 한 번 결제로 무한리필.
브라인 대비 단점
계속 기르면서 조금씩 소비해야 돼요. 브라인이 창고형 할인매장이라면 물벼룩은 텃밭.
몰살 위험이 높아요. 다행히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어렵진 않지만요.
난황 달린 브라인 유생보다 영양가는 떨어져요.
다프니아 성체 한정, 치어에게 먹이기엔 너무 커요. 대신 유생과 모이나는 괜찮지만요.
(2) 배양법 - 100% 경험을 기반으로
오죽하면 "물고기보다 어려운 게 수초, 수초보다 어려운 게 물벼룩"이라고 할까요. 일단은 몰살을 면하고 현상유지 요령이라도 터득하는 게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딱 그 수준이라 요즘 하고 있는 그대로를 알려드립니다. 이 방법으로 생먹이밖에 안 먹는 다리오 다리오(피딩 동영상)와 인디언 복어(피딩 동영상)의 주식에 더해 이런저런 녀석들의 주 1~2회 특식까지 해결하고 있어요.
준비물
▷ 배양통으로 쓸 용기 큰 거 2개, 작은 거 1개 (큰 거 하나는 필수, 나머지는 옵션) - 큰 건 반찬통, 과실주통, 룹통 등의 투명 /반투명 플라스틱 용기가 편합니다. 용량은 3~5리터, 뚜껑은 필요 없고요. 작은 건 테이크아웃 커피잔(500ml) 정도라도 됩니다.
▷ 어항물 - 새우보다도 훨씬 약품에 민감해서 묵힌 수돗물이나 염소제거제마저 불안합니다. 어항물을 그냥 떠서 쓰는 게 최고. 환수때 덜어낸 물 강추. 물론 최근에 보조제 뭐 안 넣으셨을 경우 한정.
▷ 브라인 뜰채, 스포이드
물벼룩과 먹이 주문
생 물벼룩을 판매하는 대다수의 샵에서 먹이용 생 클로렐라(청수)도 팝니다. 둘을 같이 주문하세요. 물벼룩은 많이 사온다고 능사가 아니므로 한 봉다리면 되고 클로렐라는 1리터쯤 되는 게 좋습니다. 대다수 샵은 다프니아와 모이나 중에서 선택(혹은 혼합)이 가능합니다. 배양엔 더 튼튼한 다프니아가 유리해요.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해보시면 물벼룩시장, 조이하우스, 돈이없는이과생 등 여러 샵이 나옵니다. 평점 참고하시구요.
세팅
ⓛ 물벼룩 배양통: 큰 통 하나에 어항물과 청수를 반투명 연두색 농도로 섞어 담습니다(위아래 동영상과 사진 참고). 수위는 10cm 정도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물벼룩을 풀어넣은 뒤 햇볕이 잘 드는 실내의 창가에 두면 끝. 온도는 보통의 실내온도면 됩니다. 여과기 절대 필요 없어요. 빨려들어가서 죽기만 합니다. 저는 기포기도 안 쓰고 있습니다. 수초 또한 방해만 되고 유용한 합사 동물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네요. 바닥재, 장식 따위 일절 무용지물.
② 물벼룩 백업통 (옵션): 작은 통에 똑같은 방법으로 세팅합니다. 물벼룩은 몇십 마리라도 됩니다. 요령을 익히기 전엔 워낙 몰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렇게 해두는 게 재주문을 한 번이라도 덜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어항이 이 방 저 방에 있다면 오가는 수고를 줄일 방법도 되고, 배양법을 약간 달리 해보는 실험정신도 괜찮겠죠. 어디까지나 옵션이므로 생략 가능합니다.
③ 클로렐라 배양통 (옵션): 물벼룩이 클로렐라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배양통에 넣어준 걸로는 (이 또한 자연증식이 됨에도) 며칠만에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아예 따로 배양을 하는 거죠. 물 80% : 청수 20% 비율이면 되고, 한여름이라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액비를 적당히 타주고, 가포기를 틀거나 자주 휘저어서 교반에도 신경 써주는 것이 좋습니다.(자세한 클로렐라 배양법은 무려 농촌진흥청에서 제작한 동영상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이것이 번거롭다면 생 클로렐라를 자주 주문하거나 그도 아니면 냉동 클로렐라로 대신할 수도 있긴 합니다.
먹이
생 클로렐라의 지속공급이 최고! 어느 정도 자연증식도 되고, 수질악화 염려 전혀 없고, 물 색깔로 재공급 시기를 바로 알기도 편하죠. 제일 중요한 것은 농도 유지입니다. 반투명 연두색~녹색! 물벼룩이 너무 잘 관찰될 정도로 투명해선 안됩니다. (계속 배양하다 보면 배양통 벽면에 녹조가 끼어서 물 색깔을 오판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구요.) 어류처럼 며칠씩 굶어도 버티는 피지컬이 아닌지라 하루이틀만에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죠. 먹을 게 적당할 경우 물벼룩은 며칠만에 부쩍 늘어나는 게 정상이므로 증식이 안되고 있다면 우선 먹이 부족이 아닌지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다만 클로렐라 공급 방법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위에서처럼 별도로 배양하기, 계속 재주문하기, 냉동 급이 정도겠죠. 냉동 급이는 증식이 어렵고 덜 맛있을 테고 찌꺼기가 가라앉아 썩을 위험마저 있지만 제일 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500ml 생수병에 담아서 냉동 → 필요할 때 꺼내 어항물 몇 스포이드 투여 → 흔들어서 짙게 녹인 후 따라주고 → 남은 건 냉동실에 다시 보관. 생 클로렐라는 냉장/냉동시 3개월까지는 재배양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시구요.
또다른 먹이로는 클로렐라 분말, 스피룰리나 분말, 이스트(효모), EM, PSB, 각종 곡물 가루, 분유 등이 있습니다(이것도 브라인과 동일). 다만 재공급 시기를 바로 알기 어렵고 수질악화 위험이 높으므로 보조로만 생각하시기를 권합니다. 이스트만 해도 더운 계절엔 바로 유막이 깔려버리더군요.
활용
브라인 뜰채로 떠서 어항에 넣으면 끝. 얘네도 불빛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으므로 활용하시면 편리합니다. 클로렐라도 녹조의 일종이라 어항에 섞여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으므로 스포이드를 통한 공급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쓰더라도 중간에 브라인 뜰채로 걸러주는 게 좋겠죠.
물벼룩은 수명도 짧은 데다 과밀시 몰살 위험이 높아집니다. 물 1리터당 300~500마리가 한계 밀도라고 하니 적정 개체수만 유지하는 선에서 아낌 없이 물고기들에 양보하세요. 다리오나 인복이같이 쬐끄만 녀석들에겐 하루 10마리면 충분한 듯하고 더 큰 놈들은 주는 대로 다 먹어치우더군요. 설령 좀 살아남았다 해도 다음날이면 못 만날 확률 99%. 따라서 합사 배양은 불가능합니다.
관리
환수는 어항처럼 정기적으로 하기보단 물 색깔과 냄새로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쪽이 편합니다. 물벼룩 자체는 배설물로 물을 더럽히진 않습니다. 클로렐라는 산소를 공급하고 질산염, 인산염도 흡수해주죠. 그러나 물벼룩도 갑각류라 탈피 껍질이 쌓이고 짧은 수명때문에 사체도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그 결과 수질이 나빠지면 물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바닥에 침전물이 쌓이더군요. 경우에 따라서는 고여서 썩은 물과 같은 악취마저 풍기기도 합니다. 때가 된 거죠.
저는 이렇게 합니다: 컵이나 스포이드로 떠내 → 브라인 뜰채로 걸러 묵은 물은 버리고(화분에 줘도 됩니다) → 걸러진 물벼룩은 급이하거나 되돌려놓은 뒤 → 줄어든 만큼 청수로 보충
※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주 2~3회 정도 이렇게 환수 겸 청수 보충을 합니다. 수량의 1/4 쯤인 건 어항과 같구요.
※ 사이펀으로도 가능한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밖의 관리라곤 기포기 대신 하루 한두 번 막대기로 저어주는 것과 가끔 배양통 위치에 신경 쓰는 정도가 다입니다. 계절마다 빛이 드는 각도도 온도도 달라지니까 적당히 옮겨놓는 거죠. 상온이면 된다고 했지만 최적은 20~25도 사이이며, 15도 이하면 월동준비에 들어가버리고 30도 이상은 위태롭다고 합니다. 에프킬라같은 약품 들어가지 않게 각별히 주의하시구요.
(3) 유용한 정보들 - 직접 검증은 못했지만
기포기의 유용성에 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는 안 쓰고 있지만 약하게 틀어두면 증식이 더 잘된다더군요.(세게 틀면 급류타기가 돼버리구요.) 제가 안 쓰는 이유는 i) 배양통까지 전선을 연결하기 힘들어서, ii) 기포조절기로 기포량을 최소화하면 기계에 무리가 가는 듯해서, iii) 한동안 해봤는데 차이를 잘 모르겠어서. 대신 클로렐라 배양엔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얼마 전 낚시용 충전식 기포기를 하나 장만해 돌렸다 말았다 하는 중입니다. 되게 시끄러워요;;
침전물 처리를 위해 뾰족달팽이, 논우렁이 등 복족류의 합사를 추천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별 재미를 못봤어요. 침전물 처리는커녕 제 목숨 보전도 어려워하더라는ㅜㅜ(어항으로 옮겨줬더니 살아남고 있어요.) 아마 몇 리터에 불과한 반찬통이어서였던 듯. 수십 리터짜리 배양장이라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의 물벼룩 배양법! 먼저 퇴비용 계분(삭은 닭똥)을 배양통 바닥에 5mm쯤 깔고 그 위에 흙을 몇 센티 덮어둡니다. 이렇게 해서 질산염, 인산염이 콸콸 쏟아지는 물에 녹조가 자라게 만든 후 물벼룩을 키우는 거죠. 학술논문에도 배양엔 이 방법이 최고라고 나와있더군요. 다만 가정집에서 실시하기엔...
다프니아가 모이나에 비해 몰살 위험이 적지만 치어 급이용으로는 너무 크다고도 하죠. 하지만 다프니아를 아예 치어와 함께 길러버리는 방법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성체는 살아남아 계속 번식을 하고 그렇게 생겨난 유생은 치어 먹이로 활용된다는 거죠. 다만 이러려면 치어항 자체가 청수로 채워져야 되겠군요. 실제로 초록초록한 어항물로 치어와 물벼룩을 함께 키워내고 있는 영상도 여럿 봤습니다.
이래저래 한 방에 성공이 쉽지는 않은 게 사실입니다. 워낙 연약한 존재다 보니 우리라도 대신 꺾이지 않는 마음을 준비해야 할 듯. 다행인 건 불과 몇천원이면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거죠. 청수 농도, 과밀 방지, 상온 유지, 약품 주의 정도만 유념하고 가볍게 시작하면 곧 노하우를 터득하실 겁니다. 물고기들이 보여주는 열렬한 반응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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