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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물 알기

브라인 쉬림프 부화시켜 성체까지 키워보기

by dumbung_arium 2023. 5. 16.

생먹이. 물생활의 난이도를 훌쩍 높여주는 난해템인 동시에 피해가기 어려운 허들템이기도 합니다. 종류도 엄청 많아요. 가장 대표적인 물벼룩과 브라인 쉬림프부터 실지렁이, 그린달웜, 로티퍼, 인푸조리아, 초선충, 나아가 생이새우나 소형 조개류(복족류)는 물론 소형어까지도, 양서파충류 사육으로 넓힌다면 각종 곤충도 모자라 포유류마저 대상에 들어갑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어류용 생먹이인 브라인 쉬림프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다만 충분한 지식과 경험에 기반한 전문정보까진 아니고, 고작 몇 번 부화시켜보고 딱 한 번 성체가 될 때까지 배양해본 얕은 경험이 전부라는 사실은 이실직고해둡니다.

 

 

(1) 브라인 쉬림프란?

 

브라인 쉬림프 성체(부화 후 1개월)의 모습. 배영을 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이것이 기본자세다.

 

'Brine Shrimp', 글자 그대로 염수새우, 소금물 새우란 뜻입니다. 요놈을 일컫는 영어 단어죠. 학명으로는 '아르테미아 Artemia', 브랜드명으로 '씨몽키 Seamonkey'라고도 합니다. 국명은 '염전새우'라는 말을 쓰더군요. 그러니까 이게 다 같은 겁니다. '알테미아'라는 것도 학명을 부정확하게 표기해놓은 것일 뿐이고 검색 편의를 위해 브라인 슈림프(& 브라인슈림프, 브라인쉬림프), 브라이니, 시몽키 등의 해쉬태그를 더하기도 하죠.

 

생물학적으로는 새각강에 속하며 유생 0.5mm, 성체 1cm 내외, 수명은 몇 개월 정도 되는 일종의 물벌레입니다. 놀랍게도(!?) 물벼룩과 같은 강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자생하는 풍년새우(요정새우), 투구새우도 같은 강입니다. 다만 나머지는 모두 담수종인데 얘만 염수종인 게 결정적 차이. 너무도 잡아먹히기 쉬운 허약체질인 나머지 바닷가 근처의 석호, 염전 따위로 피신해서 살다 보니 바닷물보다 몇 배나 짠 수질에도 적응하게 되었다죠.

 

그만큼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고 수산업 양식장에서도 많이 이용되는데 어쩌다 어린이를 위한 관찰용 생물로 발탁되어 씨몽키라는 이름으로 다이소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내구란 번식이라는 또 하나의 특징때문인데요. 물벼룩이나 단년생 킬리피쉬에게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환경이 열악해질 경우 매우 내구성이 강한 알을 남기고 죽는 습성입니다.

 

이 내구란이라는 게 실로 대단한 물건이라서 바짝 건조시켜 몇 년을 캔에 담아둬도 끄떡 없고 심지어는 물에 팔팔 끓여도 상당수가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제품으로 유통시키기 쉽다는 얘기죠. 이에 더해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브라인 쉬림프는 보통 내구란 깡통 제품을 사서 직접 부화시킨 후 유생을 먹이로 공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성체까지 키우는 건 오로지 관찰학습 용도라 봐야겠구요. 왜냐하면요.

 

 

(2) 무엇이 좋은가?

 

알을 직접 부화시키는 방법(보통 "브라인 끓이기"라고 표현합니다)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갓 부화한 유생을 바로 냉동(...)시켜 제품화한 것도 많아요. 성체까지 키운 다음 냉동시킨 것도 있구요. 전자는 디코, 후자는 히카리 제품이 유명하지만 브랜드는 별로 안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 '탈각 알테미아'라고 알껍질을 제거해서 건조시킨 가루형 제품도 있죠.

 

그러나 많은 애어인들이 직접 끓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 더 싸기 때문이고 둘째로 영양가가 더 높기 때문입니다. 브라인의 주된 용도는 물고기 번식용, 즉 갓 부화한 치어 먹이용입니다. 그러려면 작아야 하고, 영양가가 최대한 높아야 하고, (평소엔 사료처럼 깡통 속의 알갱이로 있다가) 필요할 때만 대량공급할 수 있으면 좋고, 싸면 더 좋겠죠.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게 바로 브라인 유생입니다.

 

반면 강력한 대항마인 물벼룩은 모든 항목에서 뒤처집니다. 브라인이 치어 브리딩에 최적이라면 물벼룩은 소형 성어의 영양간식. 용도가 달라요. 그러다 보니 물벼룩 대비 브라인의 단점도 분명한데요.

 

① 소금물을 써야 한다는 게 은근 불편합니다. 리퍼 여러분, 존경해요.

② 히터, 기포기, 조명 다 있어야 됩니다. 소금물에 기포기 조합이다 보니 전용 용기도 따로 필요합니다. 안 그러면 주변이 염전화 될 테니까요.

③ 알껍질 제거 과정이 필수입니다. 매우 번거롭습니다. 전 이것때문에(번식에도 별 관심 없구요) 물벼룩으로 전향했어요.

④ 자연증식은 단념하시죠. 내구란을 사두었다가 그때그때 부화시키는 게 최선입니다.

 

이런 용도 차이와 장단점을 이해하신 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냉동 제품, 건조 제품(탈각), 또다른 생먹이들도 잊지 마시구요.

 

 

(3) 부화를 위한 준비물

 

브라인 에그

내구란을 굳이 이렇게들 부르셔요. 원래는 큰 깡통 하나에 10만원 가까이 하지만 소분해서도 많이 팝니다. 크게 껍질 표면에 철분 코팅을 한 것과 안한 것으로 나뉘는데요. 알껍질 분리를 쉽게 하기 위해 쇳가루를 발라놓는 기술을 셉아트 SEP Art라고 불러요. 부화 후엔 자석봉으로 알껍질을 걸러내는 거죠. '~셉아트'라고 쓰여있는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일장일단이 있으므로 택일하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코팅 쪽이 더 비싸구요.

 

부화 용기

물벼룩처럼 아무 반찬통이나 쓸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에그 종류와 조합이 맞아야 합니다. 어떤 용기는 코팅된 에그여야 하고 어떤 건 아니어야 하니 미리 확인하셔요. 많이 쓰는 제품은 플라스크나 커피 드리퍼처럼 생긴 형태들입니다. '하비 아르테미아 브리더'처럼 납작한 원반 모양인 것도 있고 DIY에 돌입하시기도 하구요. 저는 방치돼있던 마트제 일체형 어항(뚜껑과 간이조명이 달린) 썼습니다.

 

 소금

보통은 천일염을 쓰는데 해수염이면 더 좋다고 합니다. 해수어 또한 브라인을 잘 먹기 때문에 해수항 하시는 분들도 애용하시던데 여러 모로 노하우와 용품이 겹치는 이유도 있을 듯해요.

 

 히터

어항용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없어도 된다지만 쓰시기를 강추합니다. 온도가 낮으면 부화시간은 길어지고 부화율은 떨어집니다.

 

⑤ 기포기

필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부화율이 많이 올라간다는 게 중론입니다. "브라인을 끓인다"는 표현도 여기서 나온 거니까요.

 

⑥ 조명

이건 옵션. 부화율뿐 아니라 상태 확인과 분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 없어도 잘만 된다는 의견이 팽팽합니다. 평범한 LED 조명이면 됩니다.

 

⑦ 기타

부화 용기에 따라 거름망/거름통/뜰채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코팅된 에그를 구하셨다면 자석봉이 필수적입니다.(저렴한 동전 자석으론 고단해집니다. 몇만원을 들이더라도 제대로 된 자석봉을 사세요.) 반면 여과기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빨려들어가서 죽기만 합니다. 소금물인데다 용도 자체가 일시적이므로 먹이, 합사 생물(수초 포함), 박테리아제, 바닥재 등도 일단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단, 장기사육이라면 아래 (5)를 참고해주세요.)

 

 

(4) 알에서 부화까지

 

브라인 쉬림프 부화 0일차, 1일차, 2일차 비교 동영상

 

① 기본재료 준비

물 1리터 + 알 최대 2g + 소금 30g (6 티스푼)

많이들 쓰시는 기본 비율입니다. 물은 그냥 수돗물이면 됩니다. 이때마저 염소를 날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리터당 알 2g은 생각보다 많은 양입니다. 알이 무척 가볍거든요. 티스푼은 작은술이라고도 하죠. 고봉으로가 아니라 깎아서구요. 소금 양도 처음 해보시면 의외로 많아서 놀랄 수 있습니다. 적어도 바닷물만큼 짜야 하니까요.

 

② 세팅에서 부화까지

에그 종류(철분 코팅 여부)에 따라 부화 용기의 형태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부화 방법도 달라지므로 해당 제품 설명을 직접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본 과정은 용기 안에 물을 넣고 → 히터로 수온을 28도쯤으로 올리고(30도를 넘기면 안됨) → 기포기를 돌려가며 소금을 잘 녹이고  에그를 투입한 뒤 → 조명을 켜두고 → 24~36시간쯤 지나 부화한 유생들이 바글거리면 → 히터를 꺼서 상온 정도로 내리고, 기포기는 계속 돌리고, 조명은 낮에만 켜두면 됩니다.

 

③ 부화에서 급이까지

우선 알껍질을 제거해야 합니다. 물고기들은 알껍질을 먹지도 않고 먹어서도 안되거든요. 철분 코팅이 된 거라면 자석봉을 이용한 수작업을 수 차례 반복해야 하고, 무코팅 에그와 그에 맞는 용기라면 해당 방법을 따르면 됩니다. 급이는 거름망이나 뜰채로 떠서 어항에 넣는 게 전부. 이렇게 소금물을 걸러낼 경우 굳이 또 씻어낼 필요까진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담수항에 투입된 유생은 24시간 정도 생존이 가능하다지만 아마 그 전에 물고기 뱃속으로 다 들어갈 겁니다.

 

④ 급이 후 보관

부화된 양이 너무 많을 경우 보통은 바로 냉동처리를 합니다. 브라인 유생의 영양가가 풍부한 이유는 부화 직후 몸에 난황을 달고 있기 때문인데요.(그래서 부화 후 3일까지는 먹이를 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물만 썩어요.) 시간이 지나면 난황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영양가도 따라 줄기 때문에 바로 냉동처리를 하는 거죠. 하지만 냉동으로 인한 영양 감소도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에 1~2일쯤 그대로 두고 추가급이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에그 자체는 건조 상태로 보관해두면 몇 년은 문제 없다고 합니다. 다만 실온 건조보관과 냉동실 보관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긴 하더군요.

 

 

(5) 성체까지 키워보기

 

부화 후 성체가 되기까지 1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물론 번식도 그 후부터 가능하겠구요. 고작 한 번이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가본 경험은 아래와 같습니다.

 

부화 2주차의 브라인 쉬림프. 두 눈이 달린 머리 쪽에 가재의 집게발같은 것이 보이므로 수컷이다. 짝짓기 때 암컷을 부둥켜 안는 용도라고 한다.

 

부화 2주차의 브라인 쉬림프. 오른쪽 위가 며칠 안된 유생으로 크기 차이가 상당하다. 한 용기로 부화를 반복하다가 이런 장면이 찍혀버렸다.

 

사육 환경

부화 용기에서 보통의 어항으로 옮기는 것 외엔 부화 후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 됩니다. 만약 처음부터 관찰 용도라면 훨씬 작은 양(몇십 알 정도)만 부화시켜야 하구요. 위와 동일한 농도의 소금물(대신 이제부턴 염소 날린 뒤 사용), 온도는 20~25도가 최적(가정집 실내라면 히터는 필요 없어집니다), 산소 공급이 중요하므로 기포기 약하게 가동, 여과기는 여전히 필요하지 않고(새우도 무여과로 많이 키우죠), 순전히 보기 좋으라고 돌, 유목, 인공구조물 정도는 넣어도 괜찮겠네요. 바다만큼 짠물이므로 담수성 생물의 합사는 당연히 불가능.

 

먹이 주기

부화 후 4일부터는 먹이를 줘야 합니다. 급이법은 물벼룩과 동일합니다. 청수(생 클로렐라 배양액)가 제일 무난하구요. 이스트(효모) 가루, 각종 곡물 가루, 분유 등도 좋습니다. 물벼룩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먹이를 가려서 먹는 생물이 아닙니다. 끊임 없이 물을 삼키면서 그 속에 섞여있는 유기물을 걸러 먹이로 삼는 거죠. 때문에 영양이 있을 만한 유기물 가루면 다 되는 겁니다. 다만 청수가 제일 좋은 까닭은 좀 많거나 오래 돼도 괜찮은 또하나의 생먹이이기 때문입니다. 잘만 배양하면 지속적으로 무상공급이 가능하기도 하구요. 중요한 것은 농도인데요. 청수라면 브라인들이 잘 안보일 정도로 진해도 괜찮지만 다른 먹이로 그 정도면 수질악화 우려가 큽니다. 대신 조금씩 자주 줘야겠죠. 반면 물이 맑아졌다는 건 먹을 게 없어졌다는 뜻이므로 이 또한 위험신호입니다.(물고기처럼 며칠씩 굶기면 안됩니다.) 맑아지기 전에 재급여, 잊지 마세요. 급이 간격은 사육 여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농도를 기준으로 하는 거죠. 이래저래 청수가 제일 쉽긴 해요.

 

③ 환수

새우에 견주어보면 환수가 필요 없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자들의 의견도 다 갈리구요. 표준적으로 환수를 한다면 1~2주마다 1/4이 되겠고 무환수로 간다면 증발분만 보충해주면 되겠죠. 다만 소금물 농도의 유지는 신경 써야 하구요. 일단 물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난다면 100% 수질악화니까 일시적으로라도 환수가 필요합니다. 사이펀을 쓰면서도 브라이니가 딸려올라오는 참사를 막는 방법은 앞서 올린 이 게시물을 참고하세요.

 

④ 번식

저는 1개월 차에 그만 지쳐버린 나머지 열 마리쯤 남았던 성체들을 수초항으로 옮겨주고(...) 사육을 종료한지라 번식 시킨 경험이 없습니다. 다만 들은 바에 의하면 1개월 차부터 성장을 마치고 번식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암컷은 약 6일마다 산란을 하며, 그 유명한 내구란은 사실 환경이 열악할 때만 낳는 것이고 평범한 여건에서는 곧바로 부화하는 알이나 새끼를 낳는다네요.(이 또한 물벼룩과 같죠.) 별 의미는 없지만 암수 구분은 (동영상 빼고) 위에서 두 번째 사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브라인 쉬림프 성체(부화 후 1개월)의 배 부분 모습.

 

이렇듯 성체가 되기까지 한 달이나 걸리고(물벼룩은 며칠) 소금물이며 기포기며 관리도 까다로운 것이 영양가는 유생보다 많이 떨어지는 탓에 브라인을 생먹이용으로 장기배양하는 분이 거의 없는 거라는 사실을 직접 겪고서야 깨달았다죠;; 덕분에 이런 포스팅을 할 수 있게는 됐지만요.

 

요약하자면 치어 먹이용으로는 그때그때 브라인 에그 끓여서 바로 공급, 성어 영양식(및 굳이 생먹이만 먹는 녀석들)용으로는 물벼룩 장기배양, 브라인 성체까지 사육은 순전히 관찰학습 및 호기심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번거롭긴 해도 생먹이를 공급하는 것과 아닌 경우의 차이는 확연하다고 하니까요. 재미와 고생이 함께 더해지는 것, 물생활의 순리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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