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물생물 알기

거북이는 물고기와 뭐가 다른가: 커먼 머스크 터틀 키우기 핵심체크

by dumbung_arium 2023. 9. 20.

커먼이 뿐이 아닙니다. 레이저백 머스크 터틀 등 사향거북류, 이스턴 머드 터틀 등 진흙거북류, 기타 대부분의 반수생거북이는 사육법이 대동소이하다고 해요.(육지거북은 완전히 다르구요.) 하지만 저는 커먼이를 기르고 있으므로 딱 요놈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애완동물이 한 번 해보는 재미 정도로 여겨지던 시절, 거북이 또한 숱한 수난의 대상이었죠. 조그만 새끼(종류도 모름)를 데려와선 아무 통에나 집어넣고 수돗물 반쯤 채우면 끝. 물이나 자주 갈아주면 그나마 다행. 어디서 또 겨울잠 얘기는 들어갖고 한겨울 내내 쫄쫄 굶기고... 30년 넘길 녀석들이 3년을 못 가는 경우가 허다했죠.

 

이제 그런 시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그래도 열대어나 금붕어 키워보신 분이 훨씬 많을테니 둘의 차이를 위주로 입문용 케어 시트를 작성해보겠습니다. 꽤 믿을 만해보이는 해외자료 둘을 참고하고(렙타일스 매거진 & 스프러스 펫츠) 저의 경험과 갖가지 정보들을 얹었습니다. 동호회로는 네이버 거북이공원이 있구요.

 

[좌] 헤츨링(갓난아이) 시절의 커먼이. 등딱지 길이 3cm 정도. [우] 1년 이상 키운 커먼이. 11cm 정도. 길이만으론 실감이 덜 나지만 실제 차이는 상당하다. 손가락 위에 올려놔도 될 것 같던 녀석이 한 손으로 붙잡고 있기도 버거워진다.

 

수명이 달라요

괜히 십장생이겠습니까. 거북이치고는 제일 작은(다 커도 10cm 내외) 커먼이조차 20~30년은 아무 것도 아니고 길면 50년을 넘길 수 있다네요. 소형 열대어들이 짧으면 1~2년, 길어야 4~5년인 것과는 큰 차이죠. 따라서 일평생 데리고 살 생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댕냥이같은 주인과의 유대감은 없긴 해요. 정 어려우면 분양해도 됩니다. 하지만 무단방생은 금물. 지겨워졌다고 방치와 학대는 더욱 금물. 오래 제대로 키울 준비가 안됐다면 시작을 안하는 편이 좋습니다. 돈도 많이 들어요! (몇만원짜리 거북이 한 마리 키우기 위한 용품 가격이 몇십만원 됩니다.) 거북이를 키울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숨 쉬는 게 달라요

어류와 정반대. 거북이는 파충류입니다. 다 아시죠? 그렇다면 파충류는 물 속에서 숨 못쉰다는 것도 아시죠? 하루종일 물 속에 있는 것 같아도 거북이, 자라, 악어 등 모든 파충류는 인간과 똑같이 물 밖에서 폐로 공기호흡을 합니다. 양서류 성체(올챙이 말고 개구리)도 마찬가지. 최소한 물 밖으로 코를 내놓지 못하면 익사합니다. 따라서 물고기 어항과는 레이아웃도 많이 달라져야죠.

 

사는 집이 달라요

준비과정부터 신경 쓰고 돈 들여야 할 부분이니까 상세하게 말씀드릴게요.

 

▷ 수조 크기: 고작 10cm 내외인 커먼이 한 마리 키우는 데 두자광폭(60x45x45cm)이 필요합니다. 암수 한 쌍이라면 3~4자(90~120cm)가 필요하구요. 대형어 수준이죠. 대신 수위는 낮아도 됩니다. 물고기 어항만큼이나 깊게 해두시는 경우도 많지만 거북이에겐 '뒷발을 딛고 서서 목을 늘이면 코가 물 위로 나올 정도'가 적당하다죠. 반면 뚜껑은 소용 없습니다.(이유는 밑에서 설명할게요.) 유리 어항 대신 리빙박스를 쓰는 분도 많지만 이거저거 따지면 유리 어항이 제일 편하긴 해요.

 

 육지 마련: 반수생거북이에겐 올라앉아있을 육지가 필수고, 땅에 올라오지 않는 수생거북이라도 편하게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는 발받침(중간육지)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개체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마련은 해놓아야 합니다. 돌이든 나무든 흔히 파는 플라스틱 제품이든 다 좋습니다. 

 

탈출 대비: 다행히 가재처럼 전선을 붙잡고 기어오르거나 도마뱀처럼 유리벽을 타지는 못해요. 월담만 못하게 만들면 됩니다. 설령 탈출한다 해도 며칠 안으론 어떻게 되지도 않구요. 하지만 어느 틈새로 숨어버리기라도 하면 난처해지니 대비해야죠.

 

바닥재: 까는 게 여러 모로 좋다, 아니다 필요 없다, 얘기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만약 까신다면 소일은 파헤쳐서 난리가 나니까 절대 안되고 모래나 잔자갈(왕사, 흑사 등)이 적당합니다.

 

아기 커먼이가 반년쯤 살았던 첫 집. 두자 하단에 들이기 딱 좋은 53x26x22cm. 거북이용이라지만 1년 이상 쓰기엔 비좁다. 위의 왼쪽이 스팟 조명, 오른쪽이 UVB 조명이다.

 

받는 빛이 달라요

어류 용품과 파충류 용품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조명입니다. 자연에서 파충류는 일광욕을 통해 열과 자외선(UVB)을 흡수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를 인공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파충류용 조명'이 필요한데 보통은 두 가지를 나눠 씁니다.

 

  1. 스팟 조명: 열을 제공합니다. 변온동물이라 뜨뜻하게 지져야 되는 거죠. 전용 제품도 있고 출력 높은 할로겐이나 백열등을 쓰기도 합니다.
  2. UVB 조명: 자외선 중에서도 UVB를 방출하는 램프가 따로 있습니다. 이게 있어야 비타민 D가 생성돼서 칼슘 흡수를 돕고 그래야 병에 안걸리거든요. 절대 할로겐으로 안돼요! UVA로 대체되지 못해요! 잘못된 정보 걸어놓고 파는 샵 매우 많습니다.
  3. 일체형 조명: 위의 둘을 합쳐놓은 것. 일종의 수은등입니다. 성능 좋고 편한 대신 비싸죠.

어떤 것이든 위 사진처럼 전구 비슷하게 생겼고 등갓에 장착해서 씁니다. 등갓은 저런 작은 거 말고 꼭 길이 15cm 넘는 큰 걸로 사세요. 눈이 너무 부셔요. 육지 쪽을 향하게 설치하시고 육지와의 거리는 20cm 가량이 적당합니다. 또한 UVB는 유리를 투과하지 못하므로 어항 뚜껑은 덮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전용 조명을 세팅하고도 1주일에 한두 번은 햇빛에 직접 일광욕을 시키는 게 좋다고 하죠. 저희 애처럼 육지에 거의 올라오지 않는 녀석들은 어쩔 수 없이 강제 썬탠이라도 시켜야 되구요. 이때도 창문을 열어야 하고 시간은 20~30분 정도입니다. 근데 겨울엔 또 추워서 어렵잖아요? 그러면 위의 조명들로 강제 썬탠. 이래저래 빛 쬐어주는 게 거북이 사육시 제일 번거로운 일의 하나더군요.

 

반년만에 옮겨준 현재의 새집. 두자광폭 수조, 역저면 여과기, 황호석을 이용해 팔루다리움으로 꾸몄다. 제작 직후라 아직 동물들은 입수 전. 지금은 커먼이 한 마리, 제브라 다니오와 블루 테트라 몇 마리, 논우렁이 두 마리, 육지엔 뱀파이어 크랩 한 마리가 같이 살고 있다.

 

위의 두자광폭 팔루다리움을 줌하고 패닝해가며 좀 더 자세히 보여드리는 슬라이드 쇼 (1분 11초)

 

식구가 달라요

합사 동식물 얘기입니다. 우선 일반적인 수초는 죄다 불가입니다. 죄다 뜯어먹거나 뽑아버린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나마 괜찮은 건 부상수초나 붕어마름 따위. 수질정화 능력도 탁월하고 증식도 잘 되고 은신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됩니다. 샐러드 삼아 좀 먹어도 좋구요.

 

어류는 빠르고 생명력 강한 소형어가 적합합니다. 제브라 다니오, 백운산, 블루 테트라 등이죠. 제 경우 두자광폭에 커먼이 한 마리와 제브라 다니오 8마리를 합사했는데 두 달에 한 마리 정도만 줄고 있습니다^^;; 보통은 사냥을 못하지만 키우다 보면 약해지는 개체가 생기잖아요. 그런 애들이 구석에 처박혀있다가 어느날 사라지더군요. 반대로 생먹이를 넉넉히 공급하고 싶다면 막구피, 네온 테트라 등이 적당하겠습니다. 청소용으로는 거북이와 비슷한 덩치의 비파 등 플레코 류를 많이 추천하시더군요.

 

그밖의 생물로는 생이새우류, 야마토 새우, 우렁이/달팽이 정도가 가능합니다. 사냥 잘 못해요. 반면 덩치가 작은 뾰족달팽이는 과자 취급을 받습니다.

 

커먼이끼리는 어떨까요? 수족관에서 수십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에 속지 마세요. 걔네는 갓난아기라 아직 싸울 줄 모르는 겁니다. 크면 특히 수컷끼리는 사투가 벌어집니다. 암수 한 쌍이라도 궁합이 안맞아 수컷이 공격을 한다 싶으면 바로 분리해야 하고, 수조도 커야 되고 번식도 안되므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파충류는 외로움을 느끼질 않아요. 고양이같은 영역동물이기도 합니다. 단독사육이 최선입니다.

 

수질관리 방법이 달라요

 여과: 소형어는 어항물의 3~5%만큼의 여과재(혹은 스펀지)가 필요하다고 하죠. 반면 거북이는 10% 이상이어야 합니다. 역시 대형어 수준. 여러 이유에서 가장 많이 추천되는 것은 외부여과기구요. 역저면은 경험상 제한적으로만 추천합니다.(구체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 게시물을 참고하세요.) 하나만으로 모자랄 경우 측면여과기, 박스여과기, 집똥기 등을 보조로 설치하기도 합니다. 절대 측면 하나로 안되니 어디 가서 현혹되지 마세요.

 

 환수: 역시 더 필요합니다. 어류의 표준이 주 1회 25%라면 거북이는 주 1회 50% 혹은 주 2회 30%. 좀 더 부지런해야 합니다.(환수용품 둘 추천 드려요.)

 

수온: 일반 가정이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커먼이의 원산지가 미국 남동부(플로리다 등지)입니다. 제주도쯤 생각하면 되니까 히터는 필요 없겠죠. 다만 겨울밤엔 20도 밑으로도 내려가는 사무실, 매장 등이라면 사정이 다르겠네요. 히터는 완전방수라 눕혀서 설치할 수 있고 플라스틱 커버가 딸린 제품이 좋습니다. 페리하 HE 시리즈 등이 있어요.

 

▷ 기타: pH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테라핀은 예외). 대략 pH 6~8 사이라면 문제 없는 듯합니다. 경도 등 나머지 항목도 잊으시구요. 처음 데려올 때 물맞댐이나 검역도 필요 없습니다. 물잡이는 물론 해놓는 게 좋구요.

 

커먼 머스크 터틀의 활발함? 명랑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 작다고 얕보면 안된다. 물리면 깜짝 놀랄 만큼 아프다.

 

일상관리 방법도 달라요

 먹이: 육식 위주의 잡식성. 거북이용 사료를 주식으로 하고 각종 간식을 챙겨줍니다. 간식으로는 감마루스(말린 새우), 냉짱, 냉브, 뾰족다슬기, 물달팽이, 데친 멸치, 데친 애호박 등을 잘 먹더군요. 양은 '거북이 머리 크기만큼'이 기준이고, 대신 나이가 들수록 급여 주기가 길어집니다. 6개월까지는 일 2회, 6~12개월 일 1회, 1~2년차 2일 1회, 그 이상 주 2~3회. 클수록 많이 먹으니까 소화 시간이 오래 걸려서라고 하네요.

 

영양제와 약: 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저는 별 신경 안쓰는 중입니다. 칼슘/미네랄 덩어리인 '씨랩 No.28'만 2주 1회쯤 넣어주고 있어요. 그밖에 유산균, 비타민제, 항진균제 등 다양하게 있긴 합니다.

 

 목욕: 2주에 한 번쯤 강제로 씻겨주는 게 좋습니다. 안쓰는 부드러운 칫솔에 비누를 살짝 묻힌 다음 등갑과 배갑만 살살 닦아준 후 물로 헹구면 됩니다. 연한 살 부분 안 다치게 주의하시구요. 강제 일광욕 때도 그렇지만 거북이를 건드린 다음엔 사람도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해요. 잘못하면 살모넬라 균이 옮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핸들링: 멍냥이, 앵무새 생각에 양서파충류나 곤충과도 몸의 교류를 기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만 얘네들이 핸들링 좋아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잘 적응하는 것 같아보여도 사실은 참는 것일 뿐이라고... 특히 헤츨링땐 가급적 피해주세요. 비누로 씻기 잊지 마시구요.

 

번식: 아쉽게도 커먼이를 가정에서 번식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겨울잠: 재울 아무 이유도 없고 목숨만 위태롭게 만듭니다. 겨울잠은 겨울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운 지방에서 사는 동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에요.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하죠. 사철 따뜻한 플로리다가 고향인 커먼이에게 겨울잠이 필요할 리 없죠. 가정집 실내라면 더더욱.


이래야 된다 저러면 안된다 부담만 잔뜩 안겨드렸지만 뭐니뭐니 해도 거북이에겐 물고기, 새우, 가재가 채워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포유류/조류만큼은 아니라도) 훨씬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 느낌적 느낌, 버둥대고 개구진 데서 오는 가차 없는 귀여움, 기본 시설만 잘 갖춰지면 물고기보다 몇 배는 되는 탁월한 강인함.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 큰 단점인 반면 일단 진입하고 나면 탄탄대로라는 게 또한 장점. 어떤 동물보다도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문자 그대로 평생의 반려동물, 거북이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