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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용품 쓰기

바사 BASA 역저면 여과기 제한적 추천의 변

by dumbung_arium 2024. 1. 23.

여과기 타입 중에 역저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국내 회사인 바사 BASA가 자체적으로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죠. 이 회사에서만 나온다는 뜻입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고 "최고의 여과력"을 자신하는 만큼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1년 3개월간 이 제품을 사용해본 저의 결론은

 

특정한 조건에서는 최고의 여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조건에서는 아니다. 따라서 제한적으로만 추천한다.

 

입니다. 왜인지 이유를 말씀드리죠.

 

 

(1) 역저면 여과기란 무엇인가

 

그에 앞서 저면 여과기란 것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바닥재를 여과재로 삼는 것이죠. 이를 위해 어항 맨밑바닥에 저면판을 깔고, 거기에 세로 대롱을 꽂은 후, 기포기나 수중 모터를 연결해 바닥에서부터 물을 끌어올립니다. 그러면 물은 저면판 밑 → 대롱 어항 내부 바닥재 저면판 밑의 순서로 순환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여과 박테리아는 자연히 바닥재에 달라붙어 서식하게 되고 거기를 물이 통과하면서 여과가 이루어지는 거죠. 가장 단순하고 저렴하면서도 매우 효과적이며 충분히 검증된 방식입니다. 수십년 전부터 써왔으니까요.

 

그러나 몇 가지 단점도 존재합니다. 첫째, 물이 위에서 아래로 돌다 보니 어항 밑바닥에 찌꺼기가 쌓여 수질 악화의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어항을 싹 갈아엎지 않는 이상 청소가 불가능하죠. 둘째, 바닥재 선택에 제약이 따릅니다. 소일도 된다고는 하지만 역시 2~5mm 굵은 모래(흑사, 왕사 등)가 추천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셋째, 어항 구석구석까지 물이 돌다 보니 탈질화 박테리아의 배양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이 중 첫 번째 이유가 특히 치명적이라 쇠락의 원인이 되어왔는데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 역저면 여과기입니다. 간단히 말해 정반대 방향으로 물을 돌리는 것이죠. 모터를 통해 위에서 아래로 보내고(당연히 기포기는 쓸 수 없습니다) 바닥재를 지나 서서히 올라오게 만드는 겁니다. 모터에는 큼지막한 프리 필터를 달구요. 그러니 찌꺼기가 바닥으로 잘 내려가지도 않고, 잘게 쪼개져 내려가더라도 물살을 따라 다시 떠올라오면서 분해되기 때문에 저면 여과기의 결정적 단점은 해결된다는 겁니다.

 

역저면 여과기의 구성품. 저면 여과기의 그것과 유사한 저면판, 여러 가지 파이프, 수중 모터와 프리 필터 및 입수구로 구성되어있다. 사진에선 출수구용 레인바가 빠져있다.

 

역저면 여과기의 구성품은 기본적으로 위 사진과 같습니다. 다만 저면판 숫자가 많겠고(레고처럼 이어붙이면 됩니다), 여기에 출수구용 레인바가 추가됩니다. 저도 여전히 사용중인지라 바닥재에 파묻혀있기 때문에 조립 완료된 모습은 보여드리기 어렵네요. 첫 줄에 링크 걸어둔 바사 공식 스토어에 충분한 사진과 설명이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네, 모터 달린 저면 여과기와 거의 비슷한 구성입니다. 다만 프리 필터와 레인바가 더해지는 정도죠. 달리 말해 역저면 여과기는 일종의 아이디어 상품에 가깝습니다. 모터에 맞춰 만들어진 프리 필터와 입수구를 제외하면 이미 어디서 보던 물건들이에요. 모터 역시 아마존 사의 기성제품을 가져다 쓰고 있구요. 반면 가격에는 당연히 이것저것이 더해지겠고 뭔가 성에 안 차는 부분도 있을 테니 원리만 차용해 자작에 도전하시는 분도 많습니다.(프리 필터와 입수구는 보통 스펀지 여과기로 대신합니다.)

 

 

(2) 역저면 여과기를 추천할 만한 조건

 

까페/식당, 브리딩, 밀식 등 - 요약하자면 영업용

 

역저면의 여과력이 최고라는 제조사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원래부터 저면이 칭찬받아온 비결(바닥재가 다 여과재)에 큼지막한 프리 필터까지 더해졌으니까요. 중후장대한 사이즈의 외부/상면이나 하단 섬프라도 갖다놓을 게 아니라면 역저면은 현실 최강 수준의 여과력을 자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크기의 수조에 더 많은/더 큰 물고기를 기를 수 있다는 건 경우에 따라서는 큰 장점이죠. 더불어 전선 하나를 빼곤 모든 시설이 어항 안에 들어가므로 공간 활용에도 유리하고, 여과력 대비 가격도 괜찮습니다. 저면처럼 주기적으로 뒤집어엎을 일도 없구요.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항목들이죠.

 

다만 같은 영업장이라도 수족관, 물방에서 주로 쓰는 건 스펀지 여과기인 듯합니다. 미관참시라는 치명적 약점을 신경쓸 이유가 없고 바닥재를 쓰지 않는 베어탱크('탱크항')가 일반적인 탓도 있겠죠. 블로워에 죽 물려놓으면 비용도 가장 저렴하구요. 하지만 까페나 식당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질 듯. 가정이라도 물방 수준의 브리딩, 밀식이라면 역저면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일정한 조건에 부합할 때 역저면은 주요한 고려 대상이 됩니다. 단, 부합할 때만요.

 

 

(3) 역저면 여과기를 추천하기 어려운 조건

 

가정집, 특히 수초항이나 나노항 - 요약하자면 취미용

 

추천의 이유가 장점때문이라면 비추의 이유는 단점때문이겠죠. 일부는 저면 여과기와 공유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a. 바닥재의 제약: 제조사부터가 굵은 모래 계열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칠거칠한 왕사가 흑사보다 유리하겠죠. 값도 싸구요. 이런 데서 수초를 못 키우는 것도 아닙니다. 무난한 종들은 잘 자라요. 그러나 소일이 아니면 제대로 키워내기 어려운 수초들도 분명 있습니다. 또한 소일은 pH 조절이라는 중요한 임무도 겸하죠. 특히나 청룡석같은 알칼리성 재료로 어항을 꾸민다면 그 중요성은 더욱 늘어납니다.(여러 재료들의 pH에 대한 정보는 이 게시물을 참고하세요.) 이처럼 바닥재 선택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수초항과 역저면의 궁합은 좋게 봐주기 어렵습니다. 정반대로 베어탱크('탱크항')와도 마찬가지인 건 물론이겠구요.

 

b. 보조장비의 필요성: 역저면은 유난히 수류가 약합니다. 바닥에서부터 물이 올라온다니까 콸콸 솟아나지 않을까 걱정하셨다면 기우. 오히려 안 올라오나 싶을 정도로 너무 약해서 탈입니다. 그래서 제조사도 기포기의 병용을 권장하고 있죠. 혹은 측면여과기나 작은 외부여과기도 좋겠습니다만 뭐가 됐든 하나 더 달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물의 고른 순환은 물론 유막도 걱정거리가 됩니다. 저는 기포기를 쓰다가 아마존 미니로 바꿨구요.

 

c. 모터 소음: 어떤 분은 역저면이 조용해서 좋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전 소음에 질려버린 케이스라 이 항목을 최대의 단점으로 꼽고자 합니다. 아마도 사용하는 모터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제 경우 두자광폭이라 20W 모터가 딸려왔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아마존 20W(구체적으로 중국 선선에서 제조하고 한국의 아마존이 들여와 파는 HJ-950 모델)가 가정집에선 참기 힘든 수준의 진동 소음을 발생시킨다는 씁쓸한 진실.

 

아마존 'HJ-950' 20W 수중 모터 (제조: 중국 선선)

 

역저면은 물을 빨아들여 어항 밑바닥에서 레인바로 흩뿌려주어야 하는 구조상 고출력 모터를 필요로 합니다. 제조사는 두자광폭의 경우 적어도 20W 하나, 가능하다면 10~20W 둘을 추천하고 있어요. 그런데 위의 제품은 수중에 동동 띄워놨을 때나 조용하지 어딘가에 고정시키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수준의 소음을 토해냅니다. 영업장에서야 모르겠죠. 하지만 가정집이라면 어항 앞에 계속 앉아있기 싫어질 정도. 제조사가 안내하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심지어 동일한 모델을 하나 더 구입해 바꿔달고도 끝내 해결이 불가능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모터로 바꾸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프리 필터와 입수구가 이 모터에 맞게 만들어져 있어서인데요. 마음같아서야 당장에라도 DC 모터로 바꾸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제조사에서 DC 버전을 따로 낸다고는 했는데 만 1년이 넘도록 예정이기만 한데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가격도 한참 올라가고 프리 필터도 훨씬 커진다는군요.

 

수중 모터와 프리 필터를 입수구로 연결한 모습. 프리 필터와 입수구는 제공되는 모터에 딱 맞게 제작되어 있다. 입수구는 물이 들어오는 방향을 위쪽 단방향에서 옆쪽 사방으로 바꿔주는 역할과 모터-프리 필터간 체결부 역할을 겸한다.

 

d. 탈질화 난이도 상승: 혐기성 탈질균에게 질산염 처리를 맡기려면 어항 내에 산소 공급이 잘 안되는 구역이 존재해야 합니다. 보통은 바닥재(특히 커다란 돌 따위를 올려놓은 부분)가 그렇죠. 그런데 저면과 역저면은 바닥재 전체에 물이 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탈질화 박테리아 배양은 논란이 많은 주제입니다만 이 경우엔 아예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거니까 고려는 해둬야겠죠.

 

e. 기타: 스펀지보다야 훨씬 낫지만 모터 + 프리 필터 조합도 완전히 눈감아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 또한 수초항에서의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죠. / 30큐브 이하 나노항도 마찬가지라서 차지하는 자리로 보나 미관상으로나 좋지 않은 궁합이 됩니다. 게다가 바닥재를 저면판 위로 3~5cm 정도 덮으라는 설치 요건마저. 저면판 높이까지 치면 최대 7cm나 돼버리거든요. / 설치에 문제가 있다거나 해도 사후 조정 및 재배치가 어렵다는 점 또한 기억해둬야 합니다. 저면판과 바닥재 외에 아무 것도 없다면 몰라도 수초든 돌이든 뭘로라도 레이아웃을 해놓았다면...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되는 거죠. 초기 설치시에 충분한 테스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상과 같은 한계들로 인해 저는 결국 모터를 필그린 6.5W로 다운그레이드한 후(출수구는 맞지만 입수구는 테잎으로 보강해야 했어요) 별도로 QQ-800에 아미니를 서브로 연결해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과력 최강이라는 제품을 보조로만 쓰는 셈이 됐네요. 새로 어항을 세팅하신다면 바사 제품이든 자작이든 위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 후 결정하시기를 권합니다. 모든 여과기가 그렇듯 역저면도 만능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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