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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물 알기

해수항을 준비하는 예비 리퍼를 위한 안내서

by dumbung_arium 2025. 1. 14.

해수항 시작한지 이제 고작 만 1년, 현재 3자 하단 리프항(짬뽕항)과 45큐브 내배 해마항을 운영중입니다. 애걔, 하시는 분 많을 줄 압니다. 다음에 또 뵙길 바라구요. 니모 키워보고 싶다, 근데 이 앞의 단어들이 뭔뜻인지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초보가 쌩초보께 드리는 기초정보입니다.

 

사실 해수항 입문이랍시고 게시물 하나에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그만큼 해수항은 어렵습니다. 담수항도 처음엔 환수니 물잡이니 낯선 용어들과 몇십만원 되는 초기비용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지 않죠. 그런데 해수항은 훨씬 더 높습니다.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몇백만원 써가며 시작했다 줄줄이 죽여먹고 몇달만에 접기 일쑤.(이런 중고매물 많아요...)

 

그래서 시작 전에 꼭 알아둬야 할 것만, 어차피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니까 핵심만 체크해봅니다.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한 게 아니라 무슨 정보가 필요하고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만 모아놓은 가이드맵으로 봐주세요. 그럼 출발합니다.

 

3자(90x45x45cm) 하단섬프식 리프항(6개월차)의 위와 아래. 백조의 물 위와 아래 모습에 비견된다고나 할지...

 

10배 더 들고 10배 더 어렵다?

 

해수항 입문자들이 흔히 듣게 되는 말입니다. "담수항보다 돈 10배 더 들고 관리는 10배 더 어렵다." 진짜 이 정도일까요?

 

(전제가 "담수항보다"였죠. 그래서 말씀인데 아예 물생활을 시작도 안한 분이라면 해수항으로 첫출발의 꿈은 접으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담수항 1년 이상 해본 뒤 재고하시길. '처음 시작하는 열대어 - 무조건 따라하기'라는 게시물이 참고가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우선 돈이 10배 드는 건 확실합니다. 물고기만 해도 담수어는 보통 몇천원인데 해수어는 몇만원이거든요. 용품 가격도 담수용보다 0 하나 더 붙는 게 보통이고, 매달 들어가는 유지비도 만만치 않네요. 초기비용으로만 자당 150은 생각해두셔야 할 겁니다.

 

반면 10배 더 어려운지는 애매하군요. 많은 분들의 의견도 그렇고 제 느낌에도 10배는 엄포성이고 3배쯤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해수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말이란 걸 놓치지 마셔야 해요. 어떻게든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거죠.

 

그래서 과감히 조언 드립니다. 담수항 경험이 좀 있고, 10배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몇 배의 시간과 정성을 쏟을 준비가 된 분만 해수항에 도전하세요. 돈은 있어도 시간과 정성이 부족하면 난이도는 정말로 10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분야가 좀 매니악해요. 덕후 기질이 있다, 꼼꼼한 살림꾼 타입이다, 키우는 게 적성에 맞는다는 분들께 어울리는 취미라고 하겠습니다. 식집사, 모델러, 오디오 파일, 콜렉터 환영.

 

45큐브(45x45x45cm) 내부배면 섬프식 니모항, 3개월차. 지금은 해체되어 내용물은 3자 리프항, 용품은 해마항의 일부가 되었다.

 

위의 니모항을 세팅하기 위한 준비물들. 이걸로도 부족했다.

 

담수항과 뭐가 다른가

 

소금물입니다 - 이 뻔한 사실의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습니다. 전용 해수염을 써야 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제 경우 월 몇만원 수준), 환수할 때마다 열심히 소금을 녹여야 합니다, 염도가 일정하도록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물 한 방울만 어디 떨어져도 걸레질해야 됩니다, 하물며 쏟았다, 엎었다... 안 떠올릴래요.

 

사는 생물이 다릅니다 - 그래서 다 새로 익혀야 하죠. 어류만 해도 벅찬데 산호는 숫제 뉴 유니버스. 나머지 '무척추동물'도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말미잘, 성게, 불가사리, 해삼...) 생물학 공부 열심히 하게 됩니다. 한편 수초에 대응되는 건 흔히 해초 Seagrass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해조류 Seaweed, Macro-algae로 담수항의 수초보단 비중이 많이 낮답니다.

 

암모니아 독성 100배 - 낭설 아닙니다. pH가 높을수록 암모니아의 독성이 강해지는 화학적 원리 때문인데요. 해수항은 8.0 이상의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약산성 담수항의 100배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당연히 치명적이죠. 그래서 여과력에 몇 배의 신경을 쓰지 않으면 물고기는 판판이 죽어나가게 됩니다.

 

물잡이 두 달 - 역시 정설입니다. 담수항처럼 일단 입수부터 시켜놓고 어떻게든 되지 않아요. 여러 보조제를 동원하면 1주일도 된다더라, 2주일이면 가능하더라 말들 하지만 그건 물고기가 당장 죽지 않을 최소한인 거구요. 암모니아 분해 사이클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미생물 다양성인데 이게 부족하면 온갖 부작용이 꼬리를 잇게 됩니다. 아무리 짧아도 생물 없이 물잡이만 한 달, 그러고도 1주일에 물고기 한 마리씩만 추가 이상은 무리입니다.

 

산호라는 금쪽이 - 암모니아(여과력)만 신경 쓰면 해수어도 담수어와 크게 다르진 않아요. 근데 산호때문에 얘기가 틀어집니다. 온도, 수류, 조명, 수질 모두 물고기보다 한참 더 예민하거든요. 산호 없이 물고기와 무척추동물 몇 마리만 키우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니면 초보용 연산호 한둘만 추가하세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닐 거예요...

 

항상성 - 흔히 해수항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산호초항 Coral reef tank인 거겠죠. 바다 전체의 1%밖에 안되는 산호초에 바다 생물의 25%가 산다더군요. 그만큼 독특한 생태계인 거고 이걸 집안에 재현해보겠다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힘들 수밖에요. 그 중 으뜸이 항상성, 늘 일정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산호초 지대는 1년 내내 환경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걸 그대로 해줘야 하니 골 아파집니다.

 

45큐브(45x45x45cm) 내부배면 섬프식 해마항, 4개월차. 아쉽게도 주인공 해마 한 쌍은 꼭꼭 숨어있다.

 

새로 알아야 할 것들

 

이런 차이들 때문에 담수항에선 듣도 못한 용어들이 튀어나오고 보도 못한 용품들이 즐비합니다. 이거 다 아셔야 돼요;; 간단히 열거만 해봅니다. 자세한 건 직접 알아보셔야 될 거예요. 제대로 설명하려면 항목당 게시물 하나씩 올려야 되거든요.

 

초기세팅을 위한 물건들

 

  • 섬프조: 외부여과기의 확장판같은 것. 외여기가 간편한 기성품이라면 섬프조는 DIY 수공품쯤 되겠습니다. 더 많은 여과력과 장비 활용 편의를 위해 40큐브만 돼도 일반 여과기보단 섬프조가 추천됩니다. 참고로 해수항에선 일반 여과기 의 경우 외여기보단 대형 걸이식이 선호됩니다.
  • RO/DI수 시설: 역삼투압 정수기, 제로워터 정수기, DI 레진 필터 등 '로디수'를 받기 위한 기기들. 'RODI 정수기 없이 '로디수' 받기' 게시물을 참고해주세요. 어떤 분은 필수라고 하고 어떤 분은 없어도 잘만 된다는 계륵.
  • 해수염: 천일염 쓰시면 안돼요~ 간수를 빼지 않고 필요한 성분을 보강한 전용 해수염이 따로 있습니다. 또한 일정한 염도를 유지하기 위해 굴절식 염도계도 필수입니다.
  • 샌드: 경산호를 원료로 한 바닥재. 그냥 산호사보다는 아라고나이트 샌드, 라이브 샌드 등이 선호됩니다.
  • : 바윗돌이 아니라 죽은 경산호 덩어리. 실제 산호초와 보기에도 비슷해지지만 역할도 비슷한 필수요소. 라이브 락, 데드 락(드라이 락), 인조 락으로 구분됩니다.
  • 양말 필터: 1차 물리적 여과시설. 공기정화기 맨앞의 망과 같은 역할. 며칠마다(심하면 매일) 교체하고 세척해주든지 자동양말필터라는 장비를 사든지 미리 선택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섬프조 모양도 달라지거든요.
  • 스키머: 2차 여과시설 겸 기포기 대역. 거품으로 찌꺼기를 걸러냅니다. 소금물이어야만 가능한 원리라 담수항에선 구경할 일도 없죠. 양필과 스키머는 소형 어항과 걸이식 여과기로 시작할 경우 생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여과력이 떨어지는 건 감수하셔야 합니다.
  • 리턴 모터: 섬프조를 쓸 경우 필요한 물건. 외여기에 내장된 모터를 대신하는 포지션이죠.
  • 수류 모터: 담수항에선 수류를 잡으려고 난린데 해수항에선 일으키려고 난리. 이를 위해 많으면 3~4개를 달기도 합니다. 예외적으로 해마항 정도가 일부러 수류 모터를 쓰지 않죠.
  • 보충수 시설: 어항물의 자연증발량이 꽤 된다는 건 담수항도 마찬가지지만 해수항은 그 결과 염도가 달라지고 섬프조라면 여과까지 중단되기 때문에 냅두면 큰일 납니다. 간단하게는 볼탑과 페트병, 제대로 가려면 ATO와 보충수통을 씁니다. 며칠씩 여행 가려면 간단 옵션으론 힘들어요.
  • 온도조절 시설: 가정집 담수항에선 히터조차 없어도 괜찮다지만 해수항에선 천만에 말씀. 소형 어항이라면 시즈 항온기가 제일이고 2자광폭 이상에선 자동온도조절기 + 히터와 냉각장치(에어컨 빵빵 + 소형선풍기/냉각팬 or 별도 냉각기)가 필요합니다.
  • 산호용 조명: 물고기는 담수건 해수건 전용 조명이 필요 없지만 수초가 그렇듯 산호도 전용 조명이 필수. 근데 수초 조명보다 좀 비싸요. 어떤 건 많이 비싸요.
  • 기타: 리퓨지움/알지 리액터/알지 필터, UV 살균램프, 도징기, 리액터, 촬영용 필터 등은 천천히 알아가시죠.

 

지속관리를 위한 항목들

 

  • 3도: 온도, 염도, 탄산경도(KH, 알칼리니티)를 말합니다. 앞서 말한 항상성 유지의 핵심이 이 세 항목입니다. 온도는 온도조절 시설로, 염도는 굴절식 염도계로, 탄산경도는 측정기기와 베이킹 소다로 늘 일정하게끔 관리합니다.
  • 질산염, 인산염: 담수항에선 주 1회 25% 환수만으로 거의 해결되지만 해수항에선 까다롭습니다. 허용기준치도 더 낮고, 그렇다고 0이 되어서도 안되고, 환수로는 해결되지 않고(해수항에서의 환수는 미량원소 공급과 청소가 주목적이며, 양도 주 1회 10%로 더 적게 합니다), 그래서 여러 보조제나 장치를 동원하게 됩니다. 특히 디노라는 불청객때문에 인산염을 더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일반경도 GH: 탄산경도와는 다른 것으로, 물 속의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을 뜻합니다. 산호항에선 얘네도 관리가 되어야 하는데 다행히 해수염 잘 쓰는 것만으로 대개는 넘어갈 수 있습니다.
  • 먹이: 해수용 사료도 따로 있고, 해수용 생먹이도 따로 있고(마이시스, 포드류, 해조류 등), 산호용 영양제도 따로 있습니다. 물고기 밥 주는 방법엔 별 차이 없어요.
  • 도징: 갖가지 보조제가 필요해지곤 하는데 이것들을 조금씩 넣어주는 걸 도징이라고 합니다. 귀찮으니까 도징기라는 기계를 따로 쓰기도 하죠.
  • 불청객들: 이끼와 달팽이는 사랑스러울 정도. 디노, 레드 시아노, 브리옵시스, 앱타시아, 헤어 알지, 버블 알지 정도는 각각 대처법을 알아두셔야 되고, 바다에 훨씬 다양한 생물이 사는 만큼 그밖에 온갖 불청객을 마주하게 되실 겁니다.
  • 비상시 대책: 물고기 봉달만 해도 일반택배를 잘 안씁니다. 폐사율이 더 높거든요. 그러니 수조 교체, 여행, 이사 시엔 코드 레드가 발령되죠. 미리 잘 알아봐두셔야 집단폐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45큐브 니모항의 6개월차 모습. 준비할 땐 괴롭고 관리할 땐 피곤하지만 감상할 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것, 해수항.

 

이제부터 가봐야 할 곳들

 

이렇게까지 엄포를 놓았는데도 의지를 꺾지 않으셨다면, 시작하셔야죠^^. 앞서 말씀드렸듯 이 게시물은 '무슨 정보가 필요하고 /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를 모아놓은 데 불과합니다. 이제 뒷부분이 남았네요.

 

이렇게 하시죠. 아래의 곳들을 통해 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용품들 정보부터 찾아보세요. 실제 구입과 세팅을 마치면 한 달 이상의 생물 없는 물잡이(피쉬리스 사이클)가 시작되는 겁니다. 무지 지루하겠죠? 아니요. 아직 사야 될 게 한참 남았거든요. 하나하나 장만하고 사용법 익히다 보면 한 달 금방 갑니다. 그 동안 공부도 계속되어야 할 테구요. 요컨대

 

  1. 최소한의 세팅으로 물잡이부터 시작
  2. 물 잡아가면서, 세팅도 추가하면서, 공부도 해가면서
  3. 한 달 이상 지나면 서서히 생물 입수 시작

의 순서입니다. 어차피 천천히 가는 취미니까요. 그럼 알아두면 좋을 곳들 분야별로 소개합니다. 선정기준이야 물론 100% 저의 주관이죠.

 

네이버 카페 - 구글링도 좋고 유튜브도 있지만 아직까진 네이버 카페가 우위에 있습니다. 리프패밀리(회원수 3만 5천), 해수어사랑(회원수 2만) 두 곳 추천합니다. 누적된 정보량도 상당하거니와 질문 올리기에도 장터 거래하기에도 네이버 해수 카페들은 필수에 가깝습니다.

 

블로그 - 언제적 블로급니까만(그럼 이건 뭐...) 두 곳 추천 드려봅니다. 민곰 님 블로그의 스텝별 글들, 그리고 스탄 님 블로그 중 'For starters' 메뉴의 글들. 전자는 입문용, 후자는 심화용.

 

유튜브 채널 - 꾸준히 운영되는 국내 해수 채널이 많지 않습니다.(해외 채널은 글과 달라서 자동번역 성능이...) 마린코스트ZOO LAB 추천합니다. 해수 전문 혹은 위주이고, 계속 운영중이고, 내용에 근거가 있습니다.

 

LiveAquaria - 해수항 생물들에 관한 기본정보를 얻기 좋은 미국 사이트. 꼭 알아둬야 할 핵심정보를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놓은 데다 종류도 방대합니다. 대신 영어명이나 학명으로 찾아야 한다는 거. 생물 판매도 하지만 우리와는 거리가 멀구요.

 

Reef2Reef - 대표적인 해외 커뮤니티. 질문 올리는 것까진 부담 되더라도 필요한 정보 찾는 거야 자동번역이면 충분하죠.(네이버 카페의 답변들을 너무 믿으시면 안돼요.)

 

온라인 샵 - 구입은 차치하고 윈도우 쇼핑하기 좋기로는 동물나라(오프라인 매장은 안양), 마린코스트(오프라인 매장은 남양주) 두 곳을 추천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 해수어는 택배가 쉽지 않아 담수항보다 오프라인이 훨씬 중요하죠. 네이버 카페 두 곳 다 메뉴에 보시면 협력업체 리스트가 있습니다. 지역별로 정리되어 있기까지 하니 참고하기 좋으실 거예요. 수도권과 경남 지역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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