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항 시작한지 이제 고작 만 1년, 현재 3자 하단 리프항(짬뽕항)과 45큐브 내배 해마항을 운영중입니다. 애걔, 하시는 분 많을 줄 압니다. 다음에 또 뵙길 바라구요. 니모 키워보고 싶다, 근데 이 앞의 단어들이 뭔뜻인지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초보가 쌩초보께 드리는 기초정보입니다.
사실 해수항 입문이랍시고 게시물 하나에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그만큼 해수항은 어렵습니다. 담수항도 처음엔 환수니 물잡이니 낯선 용어들과 몇십만원 되는 초기비용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지 않죠. 그런데 해수항은 훨씬 더 높습니다.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몇백만원 써가며 시작했다 줄줄이 죽여먹고 몇달만에 접기 일쑤.(이런 중고매물 많아요...)
그래서 시작 전에 꼭 알아둬야 할 것만, 어차피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니까 핵심만 체크해봅니다.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한 게 아니라 무슨 정보가 필요하고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만 모아놓은 가이드맵으로 봐주세요. 그럼 출발합니다.
10배 더 들고 10배 더 어렵다?
해수항 입문자들이 흔히 듣게 되는 말입니다. "담수항보다 돈 10배 더 들고 관리는 10배 더 어렵다." 진짜 이 정도일까요?
(전제가 "담수항보다"였죠. 그래서 말씀인데 아예 물생활을 시작도 안한 분이라면 해수항으로 첫출발의 꿈은 접으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담수항 1년 이상 해본 뒤 재고하시길. '처음 시작하는 열대어 - 무조건 따라하기'라는 게시물이 참고가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습니다. 우선 돈이 10배 드는 건 확실합니다. 물고기만 해도 담수어는 보통 몇천원인데 해수어는 몇만원이거든요. 용품 가격도 담수용보다 0 하나 더 붙는 게 보통이고, 매달 들어가는 유지비도 만만치 않네요. 초기비용으로만 자당 150은 생각해두셔야 할 겁니다.
반면 10배 더 어려운지는 애매하군요. 많은 분들의 의견도 그렇고 제 느낌에도 10배는 엄포성이고 3배쯤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해수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말이란 걸 놓치지 마셔야 해요. 어떻게든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거죠.
그래서 과감히 조언 드립니다. 담수항 경험이 좀 있고, 10배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몇 배의 시간과 정성을 쏟을 준비가 된 분만 해수항에 도전하세요. 돈은 있어도 시간과 정성이 부족하면 난이도는 정말로 10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분야가 좀 매니악해요. 덕후 기질이 있다, 꼼꼼한 살림꾼 타입이다, 키우는 게 적성에 맞는다는 분들께 어울리는 취미라고 하겠습니다. 식집사, 모델러, 오디오 파일, 콜렉터 환영.
담수항과 뭐가 다른가
소금물입니다 - 이 뻔한 사실의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습니다. 전용 해수염을 써야 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제 경우 월 몇만원 수준), 환수할 때마다 열심히 소금을 녹여야 합니다, 염도가 일정하도록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물 한 방울만 어디 떨어져도 걸레질해야 됩니다, 하물며 쏟았다, 엎었다... 안 떠올릴래요.
사는 생물이 다릅니다 - 그래서 다 새로 익혀야 하죠. 어류만 해도 벅찬데 산호는 숫제 뉴 유니버스. 나머지 '무척추동물'도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말미잘, 성게, 불가사리, 해삼...) 생물학 공부 열심히 하게 됩니다. 한편 수초에 대응되는 건 흔히 해초 Seagrass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해조류 Seaweed, Macro-algae로 담수항의 수초보단 비중이 많이 낮답니다.
암모니아 독성 100배 - 낭설 아닙니다. pH가 높을수록 암모니아의 독성이 강해지는 화학적 원리 때문인데요. 해수항은 8.0 이상의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약산성 담수항의 100배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당연히 치명적이죠. 그래서 여과력에 몇 배의 신경을 쓰지 않으면 물고기는 판판이 죽어나가게 됩니다.
물잡이 두 달 - 역시 정설입니다. 담수항처럼 일단 입수부터 시켜놓고 어떻게든 되지 않아요. 여러 보조제를 동원하면 1주일도 된다더라, 2주일이면 가능하더라 말들 하지만 그건 물고기가 당장 죽지 않을 최소한인 거구요. 암모니아 분해 사이클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미생물 다양성인데 이게 부족하면 온갖 부작용이 꼬리를 잇게 됩니다. 아무리 짧아도 생물 없이 물잡이만 한 달, 그러고도 1주일에 물고기 한 마리씩만 추가 이상은 무리입니다.
산호라는 금쪽이 - 암모니아(여과력)만 신경 쓰면 해수어도 담수어와 크게 다르진 않아요. 근데 산호때문에 얘기가 틀어집니다. 온도, 수류, 조명, 수질 모두 물고기보다 한참 더 예민하거든요. 산호 없이 물고기와 무척추동물 몇 마리만 키우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니면 초보용 연산호 한둘만 추가하세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닐 거예요...
항상성 - 흔히 해수항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산호초항 Coral reef tank인 거겠죠. 바다 전체의 1%밖에 안되는 산호초에 바다 생물의 25%가 산다더군요. 그만큼 독특한 생태계인 거고 이걸 집안에 재현해보겠다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힘들 수밖에요. 그 중 으뜸이 항상성, 늘 일정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산호초 지대는 1년 내내 환경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걸 그대로 해줘야 하니 골 아파집니다.
새로 알아야 할 것들
이런 차이들 때문에 담수항에선 듣도 못한 용어들이 튀어나오고 보도 못한 용품들이 즐비합니다. 이거 다 아셔야 돼요;; 간단히 열거만 해봅니다. 자세한 건 직접 알아보셔야 될 거예요. 제대로 설명하려면 항목당 게시물 하나씩 올려야 되거든요.
초기세팅을 위한 물건들
- 섬프조: 외부여과기의 확장판같은 것. 외여기가 간편한 기성품이라면 섬프조는 DIY 수공품쯤 되겠습니다. 더 많은 여과력과 장비 활용 편의를 위해 40큐브만 돼도 일반 여과기보단 섬프조가 추천됩니다. 참고로 해수항에선 일반 여과기 의 경우 외여기보단 대형 걸이식이 선호됩니다.
- RO/DI수 시설: 역삼투압 정수기, 제로워터 정수기, DI 레진 필터 등 '로디수'를 받기 위한 기기들. 'RODI 정수기 없이 '로디수' 받기' 게시물을 참고해주세요. 어떤 분은 필수라고 하고 어떤 분은 없어도 잘만 된다는 계륵.
- 해수염: 천일염 쓰시면 안돼요~ 간수를 빼지 않고 필요한 성분을 보강한 전용 해수염이 따로 있습니다. 또한 일정한 염도를 유지하기 위해 굴절식 염도계도 필수입니다.
- 샌드: 경산호를 원료로 한 바닥재. 그냥 산호사보다는 아라고나이트 샌드, 라이브 샌드 등이 선호됩니다.
- 락: 바윗돌이 아니라 죽은 경산호 덩어리. 실제 산호초와 보기에도 비슷해지지만 역할도 비슷한 필수요소. 라이브 락, 데드 락(드라이 락), 인조 락으로 구분됩니다.
- 양말 필터: 1차 물리적 여과시설. 공기정화기 맨앞의 망과 같은 역할. 며칠마다(심하면 매일) 교체하고 세척해주든지 자동양말필터라는 장비를 사든지 미리 선택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섬프조 모양도 달라지거든요.
- 스키머: 2차 여과시설 겸 기포기 대역. 거품으로 찌꺼기를 걸러냅니다. 소금물이어야만 가능한 원리라 담수항에선 구경할 일도 없죠. 양필과 스키머는 소형 어항과 걸이식 여과기로 시작할 경우 생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여과력이 떨어지는 건 감수하셔야 합니다.
- 리턴 모터: 섬프조를 쓸 경우 필요한 물건. 외여기에 내장된 모터를 대신하는 포지션이죠.
- 수류 모터: 담수항에선 수류를 잡으려고 난린데 해수항에선 일으키려고 난리. 이를 위해 많으면 3~4개를 달기도 합니다. 예외적으로 해마항 정도가 일부러 수류 모터를 쓰지 않죠.
- 보충수 시설: 어항물의 자연증발량이 꽤 된다는 건 담수항도 마찬가지지만 해수항은 그 결과 염도가 달라지고 섬프조라면 여과까지 중단되기 때문에 냅두면 큰일 납니다. 간단하게는 볼탑과 페트병, 제대로 가려면 ATO와 보충수통을 씁니다. 며칠씩 여행 가려면 간단 옵션으론 힘들어요.
- 온도조절 시설: 가정집 담수항에선 히터조차 없어도 괜찮다지만 해수항에선 천만에 말씀. 소형 어항이라면 시즈 항온기가 제일이고 2자광폭 이상에선 자동온도조절기 + 히터와 냉각장치(에어컨 빵빵 + 소형선풍기/냉각팬 or 별도 냉각기)가 필요합니다.
- 산호용 조명: 물고기는 담수건 해수건 전용 조명이 필요 없지만 수초가 그렇듯 산호도 전용 조명이 필수. 근데 수초 조명보다 좀 비싸요. 어떤 건 많이 비싸요.
- 기타: 리퓨지움/알지 리액터/알지 필터, UV 살균램프, 도징기, 리액터, 촬영용 필터 등은 천천히 알아가시죠.
지속관리를 위한 항목들
- 3도: 온도, 염도, 탄산경도(KH, 알칼리니티)를 말합니다. 앞서 말한 항상성 유지의 핵심이 이 세 항목입니다. 온도는 온도조절 시설로, 염도는 굴절식 염도계로, 탄산경도는 측정기기와 베이킹 소다로 늘 일정하게끔 관리합니다.
- 질산염, 인산염: 담수항에선 주 1회 25% 환수만으로 거의 해결되지만 해수항에선 까다롭습니다. 허용기준치도 더 낮고, 그렇다고 0이 되어서도 안되고, 환수로는 해결되지 않고(해수항에서의 환수는 미량원소 공급과 청소가 주목적이며, 양도 주 1회 10%로 더 적게 합니다), 그래서 여러 보조제나 장치를 동원하게 됩니다. 특히 디노라는 불청객때문에 인산염을 더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일반경도 GH: 탄산경도와는 다른 것으로, 물 속의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을 뜻합니다. 산호항에선 얘네도 관리가 되어야 하는데 다행히 해수염 잘 쓰는 것만으로 대개는 넘어갈 수 있습니다.
- 먹이: 해수용 사료도 따로 있고, 해수용 생먹이도 따로 있고(마이시스, 포드류, 해조류 등), 산호용 영양제도 따로 있습니다. 물고기 밥 주는 방법엔 별 차이 없어요.
- 도징: 갖가지 보조제가 필요해지곤 하는데 이것들을 조금씩 넣어주는 걸 도징이라고 합니다. 귀찮으니까 도징기라는 기계를 따로 쓰기도 하죠.
- 불청객들: 이끼와 달팽이는 사랑스러울 정도. 디노, 레드 시아노, 브리옵시스, 앱타시아, 헤어 알지, 버블 알지 정도는 각각 대처법을 알아두셔야 되고, 바다에 훨씬 다양한 생물이 사는 만큼 그밖에 온갖 불청객을 마주하게 되실 겁니다.
- 비상시 대책: 물고기 봉달만 해도 일반택배를 잘 안씁니다. 폐사율이 더 높거든요. 그러니 수조 교체, 여행, 이사 시엔 코드 레드가 발령되죠. 미리 잘 알아봐두셔야 집단폐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가봐야 할 곳들
이렇게까지 엄포를 놓았는데도 의지를 꺾지 않으셨다면, 시작하셔야죠^^. 앞서 말씀드렸듯 이 게시물은 '무슨 정보가 필요하고 /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를 모아놓은 데 불과합니다. 이제 뒷부분이 남았네요.
이렇게 하시죠. 아래의 곳들을 통해 시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용품들 정보부터 찾아보세요. 실제 구입과 세팅을 마치면 한 달 이상의 생물 없는 물잡이(피쉬리스 사이클)가 시작되는 겁니다. 무지 지루하겠죠? 아니요. 아직 사야 될 게 한참 남았거든요. 하나하나 장만하고 사용법 익히다 보면 한 달 금방 갑니다. 그 동안 공부도 계속되어야 할 테구요. 요컨대
- 최소한의 세팅으로 물잡이부터 시작
- 물 잡아가면서, 세팅도 추가하면서, 공부도 해가면서
- 한 달 이상 지나면 서서히 생물 입수 시작
의 순서입니다. 어차피 천천히 가는 취미니까요. 그럼 알아두면 좋을 곳들 분야별로 소개합니다. 선정기준이야 물론 100% 저의 주관이죠.
네이버 카페 - 구글링도 좋고 유튜브도 있지만 아직까진 네이버 카페가 우위에 있습니다. 리프패밀리(회원수 3만 5천), 해수어사랑(회원수 2만) 두 곳 추천합니다. 누적된 정보량도 상당하거니와 질문 올리기에도 장터 거래하기에도 네이버 해수 카페들은 필수에 가깝습니다.
블로그 - 언제적 블로급니까만(그럼 이건 뭐...) 두 곳 추천 드려봅니다. 민곰 님 블로그의 스텝별 글들, 그리고 스탄 님 블로그 중 'For starters' 메뉴의 글들. 전자는 입문용, 후자는 심화용.
유튜브 채널 - 꾸준히 운영되는 국내 해수 채널이 많지 않습니다.(해외 채널은 글과 달라서 자동번역 성능이...) 마린코스트와 ZOO LAB 추천합니다. 해수 전문 혹은 위주이고, 계속 운영중이고, 내용에 근거가 있습니다.
LiveAquaria - 해수항 생물들에 관한 기본정보를 얻기 좋은 미국 사이트. 꼭 알아둬야 할 핵심정보를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놓은 데다 종류도 방대합니다. 대신 영어명이나 학명으로 찾아야 한다는 거. 생물 판매도 하지만 우리와는 거리가 멀구요.
Reef2Reef - 대표적인 해외 커뮤니티. 질문 올리는 것까진 부담 되더라도 필요한 정보 찾는 거야 자동번역이면 충분하죠.(네이버 카페의 답변들을 너무 믿으시면 안돼요.)
온라인 샵 - 구입은 차치하고 윈도우 쇼핑하기 좋기로는 동물나라(오프라인 매장은 안양), 마린코스트(오프라인 매장은 남양주) 두 곳을 추천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 해수어는 택배가 쉽지 않아 담수항보다 오프라인이 훨씬 중요하죠. 네이버 카페 두 곳 다 메뉴에 보시면 협력업체 리스트가 있습니다. 지역별로 정리되어 있기까지 하니 참고하기 좋으실 거예요. 수도권과 경남 지역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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