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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생활 살기

'이상한' 물생활 용어들

by dumbung_arium 2023. 5. 26.

물판에도 낯선 용어 참 많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어항 크기부터 '30큐브'니 '두자광폭'이니 뉴비들을 골탕 먹이고 들어가죠. 어쩔 수 없는 전문용어는 물론 상표를 그대로 쓰는 경우, 일본식 표현을 그냥 따르는 경우, 외국어/외래어의 한글 표기상 불가피한 경우 등 이유도 다양해요.

 

어느 나라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인지라 별스럴 것도 없지만 외국인과 소통이 안된다거나 검색할 때 골머리를 썩이는 문제도 있긴 합니다. 일본식 표기에 대한 거부감도 꼽을 수 있겠구요.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캠페인까진 아니고 그냥 알아나 두자는 의미에서 몇 개 골라봤습니다. 수시 업데이트 예정이에요.

 

(ㄱ)

구피: Guppy. 제일 유명한 열대어 이름부터... 피가 제대로 된 영어 발음입니다. 네이버 사전 가면 미국식, 영국식, 호주식도 모자라 인도식 발음까지 수십 가지 들어볼 수 있는 거 아시죠? 그럼 왜 피가 됐느냐? 일본 사람들이 딱 이렇게 발음합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 같은 사례가 돼놔서 이젠 뭐 어쩔 수도 없어요. 영어권 사람 만나 얘기할 때나 감안해야죠. 참고로 복어 Puffer도 '푸퍼' 아니고 '퍼퍼'임다.

 

(ㄴ)

네오디움: 자석에 들어가는 재료라 브라인 끓이시는 분들에게 익숙한 단어죠. Neodymium 네오디이 맞습니다. 그 유명한 희토류의 하나이기까지 하다구요. 비브라움이 아니듯 네오디일 리 또한 없거늘 어쩌다인진 모르겠습니다.

 

(ㄷ)

도살: dorsal. 물고기 등쪽에 있는 뭔가를 뜻하는 단어. Dorsal fin 등지느러미같은 식으로 쓰죠. 원래 발음은 도ㄹ슬 정도로 들리는데 '도살'이라니까 무시무시합니다. 더군다나 빅도살;; 처음 들었을 땐 피라냐 뺨 때리는 물고기인 줄 알았다니까요.

디아망: Diamant. 유리가게에서도 액자가게에서도 백유리(혹은 저철분 유리)라고 부르는 물건을 물판에서만 이렇게 쓰십니다. 프랑스어로 다이아몬드란 뜻. 상품명이 퍼진 거라고 하네요. 유리의 철분을 줄여서 투명도를 높인 대신 조금 약한 단점이 있죠.

 

'디아망' 유리(백유리) 제조사 생 고뱅의 홈페이지. 어항 회사가 아니라 유리 회사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ㄹ)

라미네지: Ramirezi. 남미산 소형 시클리드의 일종. 학명 그대로라면 라미지가 맞는데 무슨 사연인지 ~지로 더 유명합니다. 영어 이름은 램 시클리드 Ram cichlid라네요.

루바망: 오로지 물판에서만 쓰는 용어 중 하나. 물 잘 통하는 칸막이용 DIY 재료로 많이 씁니다. 영어 louver + 한자 網의 조합. 루버는 구멍이 숭숭 뚫린 채광창을 뜻합니다. 루로 바뀐 건 역시 일본을 거쳐왔기 때문일 거구요. 다이소에선 '화분용 네트망'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죠.(이것도 웃긴 게, 네트나 망이나^^)

 

(ㅁ)

물성치: 단어의 뜻이 조금 변해서 굳어진 일종의 은어. 국어사전에는 없고 일어사전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物性値, 질의 질을 수화한 것이라는 뜻으로, 자연과학계에서 흔히 사용된다죠. 이것이 물판에서는 '물 水의 성질 수치'로 오해되고 있는 듯합니다. 어항 물의 pH, 질산염, 경도 등을 측정해보니 얼마더라는 식으로 종종 사용되는 반면 돌이나 바닥재같은 것을 거론할 때 이 단어를 쓰는 경우는 못 봤거든요. "물의 물성치"도 편하게 들리지 않긴 합니다만.

 

(ㅂ)

브로와: blower. 예전엔 양식장, 수족관 등에서만 쓰던 대용량 기포기(가정용보다 성능이 10배쯤). 빼박 일본식 발음이죠. 난닝구, 츄리닝, 쓰레빠, 뭐 그런 거. 물론 블로워가 맞는 발음입니다. 업자 용어가 널리 퍼진 사례일 테죠.

 

(ㅅ)

생물: 이상한 걸 넘어 너무나 뻔한 오류. 유치원생도 아는 이 평범한 단어가 물판에서만 동물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일이 잦습니다. "수초를 심은 다음 생물을 넣고..."와 같은 식. 이건 뭐 어떤 핑계도 마땅치 않아요. 생물은 생물, 동물은 동물. 심지어 생물학이 발달할수록 동식물 외에도 뭐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고요.

세이롱: Ceylon. 스리랑카를 옛날엔 이렇게 불렀답니다. 실론으로 다 알고 있는데 또 일본 영향일 거예요. '하이그로필라 세이롱' 등 그쪽 원산의 수초 이름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사한 예로 자와 모스가 있죠. 암만 그래도 실론 → 세이롱은 심했다...

스포이드: 멀쩡한 영어 단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시죠. 근데 영어권 사람들은 못 알아들어요. 피펫 pipette 아니면 드로퍼 dropper라고 해야 알아먹습니다. 네델란드어 spuit(물뿌리개, 주사기)가 일본을 거쳐 와전된 경우라네요. 심지어 바른 외래어 표기는 스포이라고;; 이를테면 '아르바이트' 같은 건데 별 수 없이 계속 써야 될 모양입니다. 참고로 '핀셋'도 영어로는 tweezers로 바꿔야 되지만 불어로는 맞는 단어라고 합니다.

 

블루 크로우 가재. 호주산 민물 가재(야비 Yabby)의 일종이다.

 

(ㅇ)

알게: Moss(모스)가 있고  Algae([미] 알, [영] 알)가 있습니다. 둘은 전혀 다른 생물이라죠. 전자는 고사리에 가까운 선태식물이고 후자는 원생생물인 조류(藻類). 물생활에서 모스는 키우려 애쓰고 알지는 없애려 애쓰지만 부를 땐 이끼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의 '이끼'는 전자만을 뜻한다는 거. 생긴 게 비슷해보여 같은 단어가 쓰이게 됐겠지만 이제는 모스와 알지, 이끼와 조류로 확실히 구분하는 게 좋을 듯요.

알몬드: Almond. 한국에 알려진 지 수십 년 된 그 몬드 맞습니다. 물판에서는 낙엽을 pH 내리는 용도로 활용하죠. 근데 왜 몬드가 됐을까요? 혹자는 인도산의 조금 다른 수종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비겁한 변명입니다. 어디에서도 그런 이유로 발음을 바꾸지 않는다구요. 뒷산 가면 천지에 널린 참나무 낙엽을 써도 효과는 별 차이 없다는 주장도 있으니 참고하셔요.

알테미아: Artemia. 브라인 쉬림프의 학명인 아르테미아를 모두 알고 있는데 유독 탈각 제품일 때만 이렇게 부르곤 합니다. 제품명의 영향인 듯. 한국에선 외국어/외래어의 리을 받침이 떨어지는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붙어버렸네요.

얍비: yabby. 호주산 민물 가재. 그러니까 호주 사람들이 자기 동네 민물 가재를 이렇게 부르는 게 전세계로 퍼진 거죠. 그런데 영어권 발음은 비입니다. 발음이 너무 야비해보여서 바뀌었을라나요?

와퍼: wafer. 동글납작한 인공사료의 통칭. IT 업계에서는 같은 단어를 웨이퍼라고 발음합니다. 물론 후자가 정답. 원래는 성당의 제병이나 얇은 과자를 뜻하는데 회로 기판 생긴 모양이 그와 비슷하대서 같은 단어를 쓴다죠. 또다른 일본식 왜곡인 '웨하스' 역시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버거킹 와퍼는 whopper예요. 전혀 다른 단어입니다.

왁 플래티: Wag-tail platy. 웨그 테일 플래티라는 이름의 예쁜 물고기가 있습니다. Wag-tail, '흔들 꼬리' 정도로 의역할 수 있지 싶은데(같은 영어 이름을 가진 할미새와는 달리) 딱히 그런 습성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다만 빨간 몸통과 까만 지느러미의 대비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꼬리가 돋보였던 모양이죠. 웨그가 왁이 되고 테일은 빠지고 난리가 나는 통에 왁왁대는 플래티가 되어버렸습니다.

 

웨그테일 플래티 Wag-tail platy. 한국에선 왁 플래티로 잘못 불리는 경우가 많다.

 

(ㅈ)

자와 모스: Java moss. '세이롱'과 비슷한 사례. 인도네시아 자 섬 원산인 이끼인데 어쩌다 스타워즈의 자와족이 됐습니다. 수초는 라틴어 학명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은지라 한글 표기법이 널을 뜁니다만(미크로소룸 → 미크로소리움, 핀나티피다 → 피나디피다, 미리오필룸 → 밀리오필럼) 이건 학명도 아니고 꽤 알려진 지명인데...

 

(ㅊ)

치비: 일본에서 건너온 '稚ビー'라는 합성어를 그대로 따라쓰는 케이스. 똑같이 '치비'로 발음되며 한자 어릴 치(稚) + 영어 비쉬림프(Bee Shrimp, 벌새우)의 조합입니다. 원래는 비쉬림프 새끼에만 써야 할 용어가 새우 새끼 전반으로 퍼지고 ちび(치비, 꼬마) 내지 えび(에비, 새우)와 혼동마저 되고 있죠. 그러나 한국의 새우 양식업계에서는 치하(稚鰕)라는 멀쩡한 단어를 이미 쓰고 있다는 점. 요즘엔 치새우로도 대체되어가는 추세입니다. 

 

(ㅋ)

코페포타: Copepoda. 갑각류의 일종인 요각류를 학명으로는 코페포, 영어로는 copepod라고 합니다. 검물벼룩은 코페포다와 동일어가 아니라 그 일종이고 심지어 30개의 과로 나뉘기까지 한다는군요.

큐방: 흡반 吸盤(빨판)이라는 한자어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이렇게 됩니다. 물생활에서는 히터 등을 어항 벽에 붙이는 흡착 고무를 이렇게들 부르죠. 굳이 정확히 대응되지도 않는 일어를 쓸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근데 '키싱 고무'는 더 웃겨요.

크라운: clown. 광대라는 뜻의 잘 알려진 영어 단어죠. 리을이 종종 사라지곤 하는 외국어/외래어 사용관행 탓에 라운에서 바뀌었습니다. 클로버 → 크로바, 클로렐라 → 크로렐라와 동격. 크라운 피쉬(니모), 크라운 로치, 크라운 킬리는 왕관을 써서가 아니라 어릿광대같은 줄무늬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거겠죠.(크라운 베타는 틀린 거 아녜요. Crowntail betta를 줄인 겁니다.)

 

(ㅌ)

탱크항: 바닥재를 전혀 쓰지 않은 어항을 영어로 bare tank라고 합니다. 이게 뒤만 남아서 와전된 경우. 영어 tank는 그냥 어항이라는 뜻이니 직역하면 '어항항'인가요. 독일어 비어호프 Bierhof(맥주집)가 호프집으로 바뀐 것과 비슷한 사례.

 

미니 헤어그래스 벨렘으로 왼쪽 전경을 장식한 수초항

 

(ㅎ)

헤라: 일본어 'へら'는 주걱이라는 뜻입니다. 밥주걱도 있고 구두주걱도 있으니 어항 벽 청소할 때 쓰는 물건은 차라리 영어 스크래퍼로 바꾸는 편이 나을 듯도 합니다. 구글에서 scrapper를 찾으면 딱 우리가 아는 그 물건이 나오는데 へら로 검색하면 절반은 밥주걱이거든요.

헤어글라스: 전경수초로 제일 각광받는 종의 하나죠. 잔디를 축소시켜놓은 듯한 외형과 강인한 생명력이 장점인 이 식물의 영명은 머리카락 모양 풀이라고 해서 Hair grass 헤어 그래스입니다. 글라스라고 하면 유리인 줄 알잖아요. 미니 헤어그래스, 미니 헤어그래스 벨렘 등 여러 품종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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