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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용품 쓰기

RODI 정수기 없이 '로디수' 받기

by dumbung_arium 2024. 7. 17.

담수항 때도 그랬듯 최소한 만 1년은 짠물생활 해보고 나서 관련 게시물을 올릴 생각이었습니다만 요것만큼은 반 년쯤 추월해도 되겠다 싶어 간단한 정보 하나만 올립니다.

 

해수항에서 유달리 강조되는 게 한둘이겠습니까만 그 중 하나가 'RO/DI수'입니다. Reverse Osmosis(역삼투막) 필터로 열심히 거른 걸 De-Ionization(탈이온화) 필터로 한 번 더 거른 물, 증류수에 가까울 정도의 초순수(超純水)를 뜻하죠. 담수항에선 비쉬림프(벌새우) 키울 때나 등장하는 낯선 용어이기도 합니다.

 

정말 해수항은 RODI수 아니면 안될까요? 글쎄, 반 년밖에 안해봐서 잘 모르겠어요. 그럼 일단 필요하다 치고, 로디물 받는 방법은 RO/DI 정수기(역삼투압 정수기)밖에 없을까요? 돈 주고 사야 되고, 아무 데나 설치할 수도 없고, 생긴 건 너저분하고, 버려지는 물이 더 많고, 소음도 있고, 받는 데 오래 걸리고, 주기적으로 필터 교체해줘야 되고, 그렇다고 식수나 담수항에 쓰기도 꺼려지는 그 애물단지를?

 

두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로워터 정수기입니다. 사실은 정수기 안 사고 전용 필터와 20리터 말통만 있어도 됩니다. 또 하나는 DI 레진을 이용한 DIY입니다. 둘 다 해봤는데 후자가 가성비도 높고 결과도 더 좋아서 이것만 소개합니다.

 

 

필요한 것

 

(1) DI 레진: RO/DI에서 RO는 생략하고 DI 과정만 밟는 겁니다. 그래갖고 제대로 된 초순수를 얻을 수 있겠냐구요? 정확하게는 RODI수가 아니라 'DI수'를 얻게 되는 것이지만, 해수항 하기엔 충분하더라는 것이 많은 해외 리퍼들의 경험담입니다. 무슨 기계를 또 사는 게 아니라 활성탄처럼 봉지에 담아 파는 DI 레진이라는 재료를 쓰는 것입니다. 황금색의 자잘한 알갱이구요. 500g 한 봉지에 몇천원이면 꽤 여러 번 쓸 수 있지요.

 

(2) 4인치 양말 필터: 해수항 하는 분이라면 대개들 갖고 계십니다. 따로 하나만 더 주문하면 됩니다.

 

(3) 20리터 말통: 이 또한 친숙한 물건이죠. 소금 녹일 때도 쓰고 보충수통이나 퇴수통으로 쓰기도 좋아서 여러 개 구비해둬야 하는 '짠물계의 UP 환수통'.(UP 6리터짜리의 반값이면 20리터짜릴 살 수 있음요.) 넓은쪽 주둥이의 너비가 보통 10cm(=4인치)입니다만 주문하기 전에 확인은 해두셔요.

 

 

그밖에 활성탄도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굳이 거기까지 필요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리라 봅니다.

 

 

프로세스

 

(1) 먼저 4인치 양말 필터 안에 DI 레진을 절반쯤 담아넣습니다. 양은 대충입니다. 만약 활성탄까지 쓰기로 하셨다면 DI 레진 위에 조금 얹어주시면 되겠습니다.

 

 

(2) 20리터 말통의 넓은쪽 주둥이에 양말 필터를 겁니다. 이런 거 할 줄 알았다는 듯 잘 들어맞습니다. 4인치 = 10.16cm니까 살짝 크긴 하지만 대세에 지장 없습니다.

 

 

(3) 말통을 수도꼭지 아래 갖다놓습니다. 샤워꼭지라도 괜찮아요. 대신 샤워꼭지에 연결된 밸브로 조절하면 되니까요. 그런 다음 아래 동영상과 같은 정도로만 아주 살~짝 수도꼭지를 열어둡니다. 말 그대로 한 방울씩 똑, 똑, 떨어질 정도로만요.

 

 

(4) 대략 24시간이 지나면 20리터가 채워집니다. 되게 느리죠. 최대의 단점입니다. 대신 (다른 여러 용도를 겸할 수 있는 말통을 제외하면) DI 레진과 양필 합쳐 1만원 밑으로 RODI 정수기를 대신했습니다. 전원도 필요 없습니다. 설치과정도, 거추장스러운 외관도, 버려지는 물도, 소음도 없습니다.

 

받은 물을 셀리퍼트 질산염 테스터로 측정해봤습니다. 확실하게 0이 나옵니다. 오히려 더 비싼 제로워터 정수기용 필터(3만원 가까이 함)를 썼을 때 2~5 사이가 나오더군요. 물 받는 속도는 대동소이하고, 어느 정도 쓰면 갈아줘야 하는 것도 같습니다.

 

 

시간이 문제긴 합니다. 10리터 받는데 로디 정수기는 한 시간, DI 레진이나 제로워터 필터를 쓰면 12시간이 걸린다죠. 단시간에 많은 물이 필요하다면 대체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초기 세팅에 들일 시간이 넉넉하다면, 혹은 환수용으로  매주 쓰더라도 3자항 이하라면 별 어려움 없을 것 같네요. 3자 하단섬프가 200리터라 치고, 주 1회 20리터 환수하면 될 테고, 하루 전에 위와 같이 세팅해두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 동안 염소도 알아서 날아갈 거구요.

 

사실 저는 평소엔 RODI수도 DI수도 안 쓰고 있습니다. 저희집 수돗물은 질산염 수치가 25쯤 나오는데 그냥 씁니다. 그래도 45큐브 리프항의 질산염 수치가 10을 잘 넘기지 않아요. 높다 싶으면 탈질화 박테리아와 카본 소스로 낮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고, 질산염이 조금만 높아도 큰일나는 듯 호들갑 떠는 게 맞을까 의구심도 있네요.

 

이번에 3자 하단섬프를 새로 세팅하는 김에 기왕 구비해둔 재료를 동원해봤습니다만 질산염 수치 변하는 거 측정하기 좀 더 편하다는 것 말곤 별 차이를 모르겠더군요. 초기에 갈조/규조 번성하는 것도 비슷했구요. 로디 정수기였다면 달랐을까요? 글쎄, 비교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많은 해외 리퍼들이 위와 같은 DIY로 짠물생활 잘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굳이 자비로 실험해보고 싶진 않네요.

 

로디 정수기가 당긴다면 그 전에 한 번 시도라도 해보시죠. 비용도 얼마 들지 않고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요. Better call DI resin! 물론 업계에선 이 게시물을 싫어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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