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Artemia를 왠지들 '알테미아'라고 쓰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탈각 제품 고유의 명칭인 듯 말하기까지 합니다만 무시합니다. 이 제품 역시 '하비 알테미아 브리더'라고 검색해야 더 많이 나오더군요. 대체 'ar'이 왜 '알'로 표기되는 것이며 '아르테미아'라는 단어도 버젓이 통용되는 건 또 뭔지. 세상에 '알몬드'는 없듯 이 글에도 더이상 '알테미아'는 없습니다.
브라인 끓이기, 고난의 길
이전 글 '브라인 쉬림프 부화시켜 성체까지 키워보기'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그 좋다는 '생브'지만 매일 끓여바쳐야 한다면 고역이죠.(냉동하면 영양가 팍 떨어집니다.) 그래서 저도 성체까지 가보기만 하고 바로 물벼룩 배양으로 바꿨더랬습니다. 익숙해지면 주 2회쯤 청수 보충 말곤 아무 것도 안해도 되거든요.
그러다 해수항을 시작하는 바람에 처지 역변. 사료순치도 담수어보다 어렵고 영양보충을 위해서라도 생먹이가 필요는 한데 물벼룩이란 놈은 소금물에 넣으면 몇 분 안에 죽어버린단 말이죠. 그 전에 다 먹어주면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불안해서 다시 브라인을 기웃거리게 됩니다. 그러다 만난 게 오늘 소개할 제품. 결론부터: 생브 필요하시면 무조건 사세요. n개 사세요.(단, 많은 양이 필요한 업자 분들은 빼고.)
근데 사실은 이렇게 쉬운 거였다
- 필요한 것: 본 제품, 소금물, 브라인슈림프 에그(철분 코팅 없어도 됨)
- 더이상 필요 없는 것: 히터, 기포기, 조명, 자석봉, 거름망, 기타 일체의 도구와 전력
어떻게 하면 되나요?
(1) 독일 Dohse 사에서 만든 '하비 아르테미아 브리더 [본사 링크]'라는 제품을 삽니다. 4만원 좀 안됩니다.(유럽 현지가보다 비싼데 아마존 직구하면 같아져요.) 참고로 영어로는 Hobby Artemia Hatchery입니다. ~Breeder로 찾으면 같은 회사에서 나온 다른 제품이 떠요.
(2) 소금물 700~800ml를 준비합니다. 설명서대로 해도 되고 해수항 물을 그냥 써도 되구요. 염소 제거 안한 수돗물과 천일염도 괜찮습니다.
(3) 설명서 참고해가며 세팅한 뒤(브라인 에그를 제일 바깥 칸에만 뿌리는 게 포인트) 온도와 밝기 적당한 실내에 둡니다. 어항이나 화분 옆 무난하겠네요.
(4) 대략 24시간 지나면 부화된 브라인 유생들이 가운데 구멍의 거름망 위로 알아서 바글바글 모여듭니다. 불빛만 보면 넋이 나가는 비운의 데스티니.
(5) 그대로 떠내서 소금물 좀 뺀 후(해수항이라면 그대로) 급이하면 됩니다. 부화에 걸리는 시간이 들쑥날쑥이라 다시 24시간이 지나면 또 어제만큼 모여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 세팅에 3일쯤 울궈먹을 수 있습니다. 매일 끓일 거 없어요.
(6) 다 됐다 싶으면 남은 물과 알껍질을 (이제서야) 깨끗이 비운 뒤 다시 세팅하면 됩니다.
좀 수상하다 싶을 정도로 간편하죠? 근데 팩틉니다. 내돈내산 두 달쯤 됐는데 일편단심 백점 만점. 다른 회사들은 도대체 왜 이런 제품을 아직까지 안 만들었던 겁니꾸아.
비교, 팁, 첨언들
히터에 기포기에 조명까지 싹 다 걷어치웠는데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그 모든 게 조금이라도 더 높은 부화율과 대용량을 위한 '업자용 세팅'이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양식장에서 브라인 유생 많이 쓰거든요. 당연히 이 간편한 방식은 상대적으로 부화율이 떨어질 겁니다. 근데 대부분의 취미 물생활러에겐 무시해도 좋을 수준일 듯.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 도리 없지만 체감상으론 충분합니다.
대신 더 싼 브라인 에그를 사도 됩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자석봉이니 뭐니로 알껍질을 따로 걷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전 이 과정이 제일 귀찮았어요) 철분 코팅 된 비싼 제품이 아니어도 되거든요. 저렴한 중국산 아쿠아마스터같은 거 쓰면 되고 몇만원짜리 자석봉도 살 일 없으니 낮은 부화율은 너끈히 만회됩니다. 다만 아쿠아마스터에도 고급형이 있어요. 조금 더 비싸고 부화율이 더 높다고 하니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양 조절은 간단합니다. 동봉된 1g 미니 스푼으로 세 숟갈까지 넣게 되어있지만 이건 최대치고 더 적게 넣어도 아무 탈 없으니까요.(3일쯤에 걸쳐 나눠 부화된다는 건 동일합니다. 1일당 부화량이 줄어드는 거죠.) 세 숟갈일 경우 어항 두세 개는 커버되는 듯요. 넘친다 싶으면 한두 숟갈로 줄이면 되고 모자라면 제품을 한 개쯤 더 사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 많은 양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이 나을 것 같네요. 독일제니만큼 마감도 좋고 오래 쓸 수도 있을 테지만 국내가가 그리 싸보이지는 않거든요.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제품인 만큼 덜컥 짝퉁이라도... 잉, 몰라요. 같은 회사의 대용량 전용 제품도 있지만(위에서 언급했던 Hobby Artemia Breeder) 우리가 익히 아는 기존 부화기와 대동소이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것 같지도 않더군요.
물은 부화할 때마다 교체하고 있습니다. 한 번 세팅에 사나흘씩 쓰고 이래저래 가라앉거나 뜨는 것도 많기 때문이죠. 해수항을 시작했으니 어차피 소금물은 철벅철벅. 딱 한 번 물 안 갈고 다시 해봤는데 썩은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데다 부화율도 떨어지는 듯했어요.
제품 옆면에 난 삐죽한 구멍/돌기는 기포기 호스 연결용입니다. 혹시 원하면 쓰라는 건데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잘만 되고 있는데 괜히 끓어넘칠까 걱정도 되고 기포기 소음도 결코 정겹지 않아서요. 세팅할 땐 뚜껑의 표시된 부분이 여기와 엇갈리게만 하면 됩니다.
끝으로 브라인 유생이 최고의 생먹이라는 소문을 너무 믿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있는 것은 아니라네요. 녹조 먹여 키운 물벼룩이 훨 낫다더라는 연구 논문도 있어요. 해외 사이트에서도 '녹조 먹인 브라인'을 꼽곤 하구요. 저도 부화된 유생 일부를 다시 좀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간편성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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