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과기 없이 수서생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지라 물생활에서 여과기는 수조만큼이나 필수로 여기고 있습니다(무여과로 마음 졸이느니 여과기를 사고 마는 쪽). 그런데 조금이나마 겪어보니 제일 신경이 쓰이는 건 구입비용도 청소도 아니요 단연코 소음 잡기더군요.
'관상어'잖아요. 가까이서 지켜보는 거잖아요. 근데 수조 가까이만 가면 웅웅~ 징징~. 힐링은 고사하고 스트레스 요인이죠. 참을 일 아닙니다. 해결 가능합니다. 여과기 소음 없애는 방법, 적어도 최소화하는 법, 평범한 팁들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모아라도 봅니다.
모든 여과기 공통
어떤 방식의 여과기에든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 전원 껐다 켜보기
많은 경우 여과기 괴소음의 원인은 물이 흐르는 경로 중간에 뭔가가 막히거나 걸려서입니다. 여과재일 수도 있고, 슬러지나 공기일 수도 있죠. 모든 여과기는 전기로 돌아가니까(기포기/블로워로 대신 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도낀개낀)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면 수압에 의해 막힌 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에 안될 경우 여러 번 시도하면 되기도 해요.
▶ 며칠 기다리기
여과기를 새로 샀을 경우입니다. 길이 들 필요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역시 물 흐름과 관련되거나 임펠러(프로펠러 비슷하게 생긴 물 돌리는 부품) 등의 부품이 살짝 마모되면서 나아지는 경우도 있어요. 대개 1주일을 넘기지 않으니 신제품을 사서 설치했을 경우 심각한 소음이 아니라면 며칠 속 편하게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 여과기 청소
여과기를 설치한지 몇 달 지났을 경우입니다. 모든 여과 장치는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합니다. 이물질이 끼어서 물 흐름도 방해하거니와 때로는 소음의 원인도 됩니다. 번거롭더라도 2~3개월에 한 번쯤은 프리 필터부터 배관, 여과재, 임펠러까지 싹 청소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여과재는 너무 박박 씻지 마세요. 슬슬 헹구는 정도면 충분하며 염소가 제거된 수돗물이나 어항물을 이용하시길 권장합니다. 환수하고 버리는 물도 괜찮아요.
이렇게 해도 해결이 안된다면 각개격파 들어가야죠. 우선 모터로 돌리는 방식과 기포기로 돌리는 방식으로 묶어서 접근해봅니다.
모든 모터식 공통
요즘 여과기는 대개 모터가 달려있죠. 모든 걸이식, 외부, 상면, 역저면, 측면, 섬프조와 일부 스펀지, 저면, 박스형 등이 모터식입니다. 기포기식은 웬만하면 추천 안해요. 모터식이 편하고 확실하고 소음도 적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있답니다.
▶ 공진
제일 골치 아픈 경우일 겁니다. 모터 자체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모터와 다른 것(어항 벽면, 구조물 등)이 가까이 있으면서 같이 떨리느라 소리가 증폭되는 거죠. 해결책이 좀 번거로워요. 여과기 위치를 바꿔보거나, 뭔가가 닿아있는지 보거나, 여과기와 설치면 사이에 완충재를 두거나(어항 밑에 까는 우레탄 매트가 좋습니다) 하면서 일일이 잡아나가는 수밖에 없죠. 거의 시공 수준입니다;;
▶ 부품 교체
모터 자체가 문제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임펠러와 샤프트(구동축)가 원인인데요. 이 둘은 소모품에 해당합니다. 보통 2~3년, 길어야 그보다 몇 년 뒤엔 교체시기가 옵니다. 그래서 가격이 좀 되는 외부여과기는 임펠러와 샤프트만 따로 파는 게 보통이죠. 반면 저렴한 걸이식 등은 부품을 별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통째로 바꿔야 합니다.
▶ DC 모터로
모터를 골라서 쓸 수 있는 경우(DIY, 섬프조 등) 웬만하면 AC보단 DC 모터로 가시길 권합니다. 몇 배 비싼 거 맞는데 그만큼 좋습니다. 요즘엔 제바오 등 괜찮은 중국산도 많구요. 수명이 짧다, 고장이 잦다,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조용하고 세기 조절 되고 앱 컨트롤이 가능한 것도 많아서 결국엔 AC를 대체해갈 걸로 봅니다. LED처럼요.
모든 기포기식 공통
여전히 기포기/블로워로 돌아가는 여과기도 있습니다. 상당수의 스펀지 여과기와 저면 여과기, 일부 박스형/원통형/단지형 /코너형이 그렇습니다. 블로워 한 대로 여과기 10개쯤 돌릴 게 아니라면 별로 추천하진 않습니다만 하여튼 맞닥뜨려 봅시다.
▶ 기포기 소음
기포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웅~ 소리로 해결방법은 없습니다. 무소음이라며 판매하는 제품들(대광 등)도 저소음이지 무소음은 절대 아닙니다. 침실에서 못써요. 휴대용 미니 기포기 중에 거의 무소음인 것도 있다던데 대신 출력이 약하고 고장도 잦다고 들었습니다만 써보질 않아서 모르겠네요. 반면 블로워는 조광기(전등의 밝기를 조절하는 장치)를 달아 소음을 최대한 줄일 수 있지만 정작 블로워 제조사는 고장 위험이 높아진다며 말린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기포 소음
공기방울 보글보글 끓는 소리 또한 기포기식 고유의 한계. 이건 그래도 해결책이 있다죠. 우선은 출수구 높이 조절입니다. 수면 높이에 맞추는 것이 기본이라지만 직접 조절해보시는 게 최선일 듯하구요. 방향 역시 벽 쪽으로 돌려놓는 게 소음 저감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 출수구에 스펀지 프리 필터나 메타큐브 MA-6같은 소음저감기를 다는 방법도 있구요. 대신 수류가 너무 약해질 수도 있긴 해요.
두 가지 방식으로 묶어서 알아봤으니 이제부턴 일일이 나눠서 갑니다.
걸이식 여과기
걸이식은 상당히 조용한 편에 속합니다. 일단 작으니까요. 하지만 저가형이 대부분이라 안심하기가 어렵고 특유의 낙차 소음도 있죠. 그래도 해결만 잘 한다면 머리맡에 두고 자는 것도 가능합니다. 우선은 위의 공통 항목들을 참고하시구요.
▶ 폭포 소리
제일 걸리는 건 특유의 출수구 낙차 소음, 폭포 소리죠. 이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출수구와 수면 사이에 스펀지를 대세요. 물생활에서 많이 쓰는 폴리나젤 스펀지도 좋고 주방용 수세미도 됩니다. 깊이는 수면 밑으로 살짝 잠기는 정도, 고정은 본체와 뚜껑 사이에 끼우든 붙이든 적당히 하시면 됩니다.
▶ 진동음
공진의 일종인데요. 댐핑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걸이식 여과기와 어항 사이죠. 우레탄 매트를 잘라서 끼워둡니다. 매트 조각이 어항물에 닿으면 삼투압 현상때문에 누수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구요. 본체 밑부분에 달려있는 각도조절용 부품 쪽도 같이 보시면 좋겠고, 마지막으론 본체와 뚜껑 사이입니다. 역시 중간에 완충재를 대는 편이 낫습니다.
싸고 좋은 걸이식이지만 이런 개조 필요성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죠. 여과재 교체와 칸막이 추가를 포함해서요.
스펀지 여과기
종류가 두 가지 있는데 만약 기포기/블로워식이면 위의 '모든 기포기식 공통'에 추가할 내용은 없구요. 모터내장식이라면 세상의 모든 여과기 중에서 제일 조용한 편이니 잘 고르셨습니다만 여기에도 추가조치할 만한 게 하나 있습니다.
▶ 부착용품 개선
제품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설치용품은 대개 흡착고무일 겁니다. 근데 이게 변변찮은 경우가 많아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들뜨면서 그놈의 공진음을 유발하곤 하죠. 이럴 땐 메타큐브 MA-7같은 자석 홀더나 아크릴 거치대를 추가해보시기 바랍니다. 모터내장식 스펀지 여과기를 이렇게 보강할 경우 정말로 켜져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해집니다.
외부 여과기
강력한 여과력과 깔끔해지는 수조 내부는 큰 장점이지만 기본적으로 사이즈가 좀 있다 보니 위 두 가지만큼의 (거의) 무소음은 힘듭니다. 다만 신경이 무던하시다면 침실에 둬도 좋을 만큼의 저소음은 가능하죠. 먼저 위의 공통 항목들을 다시 한 번 세심히 봐주시구요. 추가할 만한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 공기 소음
기본적으로 외여기에서는 바람 소리가 납니다. 사실은 물 흐르는 소리죠. 이건 정상입니다. 반면 가장 흔히 겪는 소음은 자갈 끓는 것같이 드글드글거리는 소리일 겁니다. 내부에 공기가 차있어서 나는 것으로 설치 및 청소 직후에 발생하곤 합니다. 공기만 빼주면 되겠죠. 며칠 냅두기, 본체를 가볍게 흔들기, 밸브 잠궜다 열기, 전원 껐다 켜기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본체에 펌프가 달려있어서 간단히 공기를 뺄 수 있는 제품도 있구요.
▶ 출수구 소음
외여기는 힘이 좋은 만큼 출수구 물소리가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수류저감기가 해결책이 되는데요. 아쿠아리오 네오 릴리버같은 스핀형, 유리 제품이 대세인 포피형(볼형), 릴리형(단지형) 등이 있고 스펀지 프리 필터도 저렴한 대안입니다. 미관참시는 이겨내시구요.
▶ 바닥 진동음
바닥과의 사이에 공진이 발생하는 경우 우레탄 매트가 해결해줍니다. 한동안 조용하다 생기기도 하므로 처음부터 외여기 바닥엔 매트를 깐다고 여기는 게 편합니다.
저면/역저면 여과기
여과력은 출중한데 딸려오는 문제점이 많아 가정에선 흔히 쓰지 않는 방식. 우선 저면은 스펀지처럼 모터식과 기포기식으로 나뉘므로 각각의 공통 항목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특히 기포기식일 경우 잘 짚어보시구요. 역저면만 추가합니다.
▶ 역저면의 경우
바사 BASA 제품이라면 링크된 글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모터 자체의 한계에다 기포기나 별도 여과기의 소음까지 더해지다 보니 정숙과는 거리가 있더군요. 반면 자작을 하신다면 DC 모터를 진지하게 고려해보시길. 이럴 때 쓰라는 알리, 테무인 거죠.
박스, 원통, 단지, 코너 여과기
여과재가 담긴 통을 수조 안에 둔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한 방식들. 모양에 따라 명칭이 다양할 뿐입니다. 이들 역시 모터식과 기포기식이 있으니 각각의 공통 항목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대체로 모터식은 채택된 모터의 품질이 소음을 좌우하는 반면(자작이시라면 다시 한 번 DC를 언급해둡니다) 기포기식은 어느 정도의 소음이 불가피합니다.
상면 여과기
수조 위로 올라간 외부여과기. 위의 박스형 등등과 마찬가지로 걸이식, 외부, 상면도 여과재가 담긴 통을 수조 밖에 둔다는 점에서는 한묶음인 거겠죠. 따라서 모든 여과기 공통, 모든 모터식 공통, 그리고 외부여과기의 출수구 소음 항목을 참고하시면 될 듯합니다.
다만 상면은 제품에 따라 소음원이 여기저기 따로 지목되곤 합니다. 모터가 수조 내부에 있는지 여과기 안에 있는지, 물이 졸졸 흐르거나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지, 출수구는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의 이슈가 있으니 사전에 꼼꼼이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주문제작이라면 깐깐하게 구실수록 나중에 후회가 없더군요.
측면 여과기
본격적인 여과기라기보단 기포기, 집똥기, 수류 모터처럼 보조로 쓰는 물건. 수조에서 여과는 미생물이 하는 거고, 얘네들 살라고 주는 집이 여과재고, 그걸로 주택단지 조성해놓은 게 여과기입니다. 측면은 이 집이 원룸도 아닌 간이침대 수준이니 메인일 수가 없죠. 상면과 동일한 항목들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섬프조
가정용 여과장치의 끝판왕. 크고 거창하고 그래서 비싸요. 하나의 기계가 아니라 여러 장치를 모아놓은 여과 시스템입니다. 크게 배면/측면과 하단 방식으로 나눌 수 있고 전자는 다시 내부와 외부로 구분됩니다만, 외부 배면/측면은 거대한 걸이식이나 마찬가지라 많이 쓰이진 않습니다. 담수항에선 폭 45cm 이상 수조에서 내부 배면/측면을, 해수항에선 45큐브까지는 내부 배면, 그 이상은 하단 섬프를 많이 씁니다. 우선 모든 모터식 공통 항목을 참고하시구요. 주로 물소리가 탈이죠.
▶ 배면/측면 섬프
잘 만든 배면/측면 섬프조라면 물소리가 아예 나지 않아요. 모터와 (해수항인 경우) 스키머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단, 스키머란 물건도 아예 무소음은 불가능한 장치인지라 최대한 저소음인 제품을 찾는 수밖에 없어요.
▶ 하단 섬프
위와 달리 쫄쫄쫄 계곡물 소리가 발생할 위험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선 오버플로우 박스의 낙차음은 박스 내의 수위 조절이 먼저입니다. 보조(비상용) 입수 파이프 바로 밑까지 물이 차도록 밸브를 최대한 조절한 뒤 리턴 모터의 세기 조절을 통해 최종적으로 수위를 맞추는 식이죠. 이래도 안되면 물 떨어지는 곳에 스펀지를 대야 합니다. 저는 일단 꺼놓고 말린 뒤 젤 타입(주사기형) 에폭시 수지로 폴리나젤 스펀지를 붙여서 성공했어요.
▶ 양말 필터쪽 소음
잘 만든 섬프조는 양필칸 높이를 적절히 설계해서 낙차음이 없지만 다 그렇진 못한 게 현실이죠. 너무 싸구려인 양말 필터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막히는 시간도 더 짧고요. 아마도 재질 탓인 것 같더군요. 양필 뚜껑이라는 물건도 있습니다만 물 튀는 걸 방지하는 덴 좋아도 물소리 저감엔 별로일 수 있습니다.(제 경우 마린코스트 3D 제품이 그랬어요.) 차라리 루바망을 잘라 만든 자작품이 나았고, 양필을 2000원대에서 4000원대 제품으로 바꿨더니 더 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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