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물생물 알기

베타 키우기: 다섯 가지 주의사항

by dumbung_arium 2023. 5. 3.

관상어 인기투표 하면 누가 1등 할까요? 모르긴 해도 구피, 금붕어, 베타가 5위 안에 들어간다는 것까지는 장담합니다. 그만큼 요즘 핫한 어종이 베타죠.(예전엔 핫은커녕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어요.) 마트 애완동물 코너에도 늘 있고 소셜 미디어에도 넘쳐납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막 나눠주기도(제발). 달리 말하면 인기가 많은 만큼 초보 사육자도 잘못된 정보도 많고, 그만큼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 하는 베타도 많다는 얘기이겠습니다.

 

그래서 뽑아봤습니다. 베타를 사육할 때의 대표적인 주의사항 다섯 가지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모든 생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게 아니므로 이미 자신의 방법으로 잘 키우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글은 무시하셔도 됩니다. 그 방법이 그 개체에겐 모범답안인 거죠. 반면 처음 베타를 키우시는 분, 살아는 있는데 상태가 걱정되시는 분, 용궁행 셔틀이 자꾸만 오가는 분은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베일테일 베타의 플레어링

 

1. 너무 작은 어항 크기

 

마트든 수족관이든 대부분 베타를 테이크아웃 컵 정도의 용기에 '담아둡니다.'(룹통이면 그래도 나은 편.) 오해하지 마세요. 그래도 잘 살기 때문이 아니라 한 마리씩 분리해둬야 하니까 공간 아끼려고 그러는 겁니다. 잘 살고 있는 게 아니라 근근이 버티고 있을 뿐인 거죠.

 

장사하는 매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 쳐도 집으로 데려와서도 그러면 안되겠죠. 룹통이니 뭐니 해서 5리터도 안되는 용기를 '베타 전용'이라며 팔곤 하는데 외국인들의 손가락질을 받기 딱 좋습니다. 베타는 공기호흡을 하므로 어항이 작아도 된다는 말 또한 앞뒤도 안 맞는 변명일 뿐. 심지어 "어항 없이도 키울 수 있다"며 홍보하는 업체조차 있어요. 그럼 대체 물고기를 어디다 키우라는? 한술 더 떠 "1리터 이상이면 된다"는 블로그마저... 여보세요. 1리터면 가로 세로 높이 10cm씩입니다. 베타 크기가 꼬리 빼고 몸통만 5cm는 된다구요.

 

딱 잘라 말씀드립니다. 최소한 20큐브(20x20x20cm, 8리터)가 필요합니다. 왠만하면 25큐브(15.6리터)가 좋고, 30큐브(27리터)면 더 좋습니다. 보세요. 불과 5cm 더 차지할 뿐인데 부피는 두 배씩 늘어나죠? 당연한 말이지만 넓을수록 좋습니다. 다만 혼자 살 팔자다 보니 30큐브면 충분할 따름인 거죠. 제 말이 의심스러우시면 지금 즉시 구글에서 'betta tank' 정도로 검색해서 이미지라도 훑어보세요. 'Betta tank setup'으로 검색해서 본문까지 읽어보시면 더 좋구요.

 

그럼 어쩌다 이런 오해가 퍼졌을까요? 베타는 단독사육을 기본으로 하는 데다 특출하게 예쁘다 보니 한 어항에 한 마리씩 많은 수의 어항을 들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25~30큐브는 돼야 한다고 정직하게 말해야 많이 팔릴까요, 손바닥만한 데서도 잘 산다고 해야 많이 팔릴까요? 제가 업자라면 차라리 좋은 사료, 좋은 용품으로 매출을 올리려 힘쓰겠습니다만.

 

2. 무여과 다환수

 

결론부터 말해 베타에게도 여과기를 쓰고 주 1회, 1/4 환수하는 방법이 최적입니다. 이는 대다수의 관상어에 공통된 방법으로서, 건강이나 수조 상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매일 1/10 환수(여과기는 계속 사용)하는 비상조치란 게 있고 반대로 충분한 환경조성을 전제로 하는 무여과 무환수도 있지만, 도시전설처럼 퍼져 초심자들이 많이 따라하시는 무여과 다환수는 추천하기 어렵습니다.(공기호흡과 여과기 또한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여과기는 산소 공급이 아닌 수질 정화가 주된 용도니까요.)

 

이런 겁니다: 다환수(보통 1~2일마다 100%)를 왜 하나요? 여과기를 안쓰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겁니다. 여과기를 왜 안쓰나요? 아래 3번 항목을 보아주세요. 그래서 해결이 가능하다면 베타에게도 집사에게도 힘겨운 무여과 다환수를 할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나요?

 

여과기 값이 없어서? 베타항에 쓰기 좋은 걸이식이나 모터일체형 스펀지 여과기는 보통 1만원 내외입니다.

전기료가 걱정 돼서? 제가 쓰고 있는 필그린 AT-301F가 3.5W, 도핀 SFP16이 3.2W입니다. LED 전등 하나에 10W쯤 하죠?

어쩌면 진짜 이유는 여과기라는 낯선 기계와 수많은 제품, 각종 관리요령같은 TMI가 초보자를 쫄게 만들어서가 아닐까요?

 

(좌) 필그린 AT-301F 걸이식 여과기, (우) 도핀 SFP16 모터일체형 스펀지 여과기 [출처: 홍보용 이미지]

 

그렇다면 굳이 무여과 다환수를 극구 말리는 이유는 또 뭐랍니까? 문제는 다환수입니다. 1~2일마다 100% 환수를 한다는 것은 물고기에겐 1~2일마다 이사 가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염소를 제거해야겠죠. 온도도 ±1도 안으로 맞춰야 합니다. 그래도 pH는 요동칩니다. 그것 말고도 GH, KH, TDS 등 수질과 관련된 난해한 항목은 많습니다.

 

물고기에겐 이런 것들이 적정한 수치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적정한 수치, 일정하게 유지, 둘 다요. 1~2일마다 물을 다 갈아버리는데 그게 될까요? 더구나 100% 환수라면 그때마다 아이를 다른 데로 옮겼다가 다시 집어넣어야겠죠. 그 또한 스트레스입니다. 집사의 어려움은 둘째. 지금이라도 결심하시죠.

 

3. 강한 수류

 

무여과 다환수가 주장되는 이유는 (1.에서도 언급한 '속셈'을 빼면) 실질적으로 하나뿐입니다: 베타가 강한 물살을 싫어하기 때문에. 맞긴 한데요. 그럼 물살을 줄여주면 되는 거 아닐까요?

 

비정상적일 만치 지느러미를 크게 개량해놓은 탓에 베타는 가만 있어도 자기 지느러미를 버거워합니다. 심지어 자해를 하기도 해서 많은 집사를 애타게 만들죠.(지느러미를 키우지 않은 플라캇 종이 요즘 뜨는 이유도 여기 있겠구요.) 거기다가 수류까지 세면 걔넨 아마 강풍이 부는 날씨에 웨딩 드레스 입고 있는 꼴일 거예요. 그게 24시간이라니 멀쩡할 수가 없죠.

 

해결책은 너무나도 간단한 동시에 저렴합니다. 말씀드렸듯 베타항 여과기로는 걸이식이나 모터일체형 스펀지를 추천하는데요.(위에 모델명까지 적어놨지만 비슷한 크기의 다른 회사 제품들도 거기서 거기에요.) 다행히 이 둘은 아주 쉽게 수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걸이식 여과기: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는 출수구에 스펀지를 대세요. 스펀지 종류는 상관 없습니다. 길이는 수면 아래로 1~2cm쯤 잠길 정도, 두께는 출수구에 걸쳐놓고 여과기 뚜껑을 닫으면 끼어서 고정될 정도. 이거 하나만으로 수류는 대폭 감소합니다. 걸이식의 특성상 물이 어항 가장자리에서 수직으로만 떨어지기 때문에 베타는 그쪽으로 잘 안 가고 다른 영역을 누비며 잘 살아갈 겁니다.

 

모터일체형 스펀지 여과기: 샘물처럼 물이 솟아나오는 출수구를 어항 벽쪽으로 돌려놓으세요. 이것만으로도 꽤 해결됩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돌려놓지 말고) 걸이식 등에 쓰는 입수구용 프리 필터를 출수구에 끼우세요. 수류가 아예 사라지다시피 합니다. 수류가 너무 약해도 수질 관리엔 좋지 않으므로 첫 번째 방법부터 써보시고 안되면 두 번째로 넘어가시죠.

 

(참고로 외부여과기보통 베타항엔 잘 쓰지 않습니다만 만약 쓰신다면 이 게시물을 참고해주세요.)

 

축하드립니다. 이제 위험하고 번거로운 무여과 다환수를 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더보기

그렇다면 무여과 무환수나 무여과 보통 환수라도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여과기를 쓰는 이유는 동물들이 배설을 하고 먹이를 남기는 등의 이유로 수질이 악화되기 때문이죠. 그걸 여과기라는 장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네,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다른 방법이란 게 꼭 필요해집니다.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보통 병용합니다.) 하나는 수초를 많이 집어넣는 겁니다. 특히 붕어마름, 검정말과 각종 부상수초가 수질 정화에 특효라고 하죠. 또 하나는 탈질화 박테리아가 살 수 있도록 조건을 조성해주거나 탈질화 능력을 지닌 PSB(광합성 박테리아)를 주기적으로 투입하는 겁니다.

 

두 방법 모두 간단치 않으므로 꼭 별도로 공부를 한 후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베타는 단독사육이 기본인 데다 먹이를 남길 가능성도 적으므로 무여과 무환수 등을 시도하기 가장 적합한 종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다만 어항 모습이 자연주의 비오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죠. 샤방샤방 핑크 꽃침대는 포기하셔야 할 거예요.

 

4. 부적절한 합사

 

베타가 합사에 적합하지 않은 종이라는 것 정도는 이제 상식이 되어있죠. 간단히 정리하자면 동종이라도 수컷끼리: 절대 불가, 암수: 번식할 때에 한해 충분한 준비를 거쳐서만 가능, 암컷끼리: 대체로 가능하지만 케바케입니다.

 

거꾸로 합사가 가능한 경우를 나열해볼게요. 꽤 다양한 종이 추천되지만 제일 확실한 애들로만 네 가지 골랐습니다. 나머지는 장담 못해요.

 

플레코 류: 베타항에 안 어울리게 너무 크지만 않다면 대체로 문제 없습니다. 안시(스트러스)가 제일 쉽겠네요. 대신 롱 핀(긴 지느러미)이 아닌 종으로요. 저서성 어종이라 중상층을 선호하는 베타와 영역이 나뉘기도 하고 피부가 단단해서 설령 공격을 받더라도 안전합니다. 천천히 자라는 종이니까 너무 커지면 그때 이사시켜주면 되구요. 다만 덩치가 작은 오토싱(클루스)은 불안해요.

 

야마토 새우: 덩치가 꽤 있는데다 색깔도 수수해서 무난합니다. 베타항의 이끼를 해결하려면 필수죠.(약품을 투여해도 이끼의 잔해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얘네가 청소해줘야 해요.) 베타가 간간이 견제구를 날리더라도 지속 공존이 가능합니다. 반면 체리 새우는... 케바케입니다. 제 경우 열 마리쯤 집어넣었다가 반 이상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작정하고 또 넣기를 두 번쯤 반복했더니 베타가 서서히 흥미를 잃고 건드리지 않더군요. 각오하고 추진하셔야 합니다^^;

 

복족류: 달팽이, 다슬기, 우렁이 등. 먼저 추천할 만한 종은 뾰족달팽이(실은 남방다슬기)입니다. 청소생물이기도 하고 아무 것도 안해줘도 잘 살고 잘 늘어납니다. 번식을 너무 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복어나 거북이를 키우고 있다면 해결). 애플 스네일도 많이 추천하시던데 그보다는 토종 논우렁이가 낫습니다. 수초를 갉아먹지 않고 탈출 위험도 낮으며 지저분하게 알을 붙이지도 않아요. 대신 마구 늘어나는 건 마찬가지.

 

아프리칸 드워프 프로그: 직접 시도해보진 못했네요. 조그마한 완전수생 개구리인데 베타와 사이 좋게 잘 지낸다네요. 딱히 예쁘진 않고 청소를 해준다거나 하는 장점도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시도해볼 계획이 없답니다.

 

 

베타와 체리 새우의 합사

 

5. 먹이 줄 때의 주의사항

 

대부분 베타 전용 사료를 주시니까 사실 별 문제가 안돼요^^. 사료 이름부터 '무슨무슨 베타'라고 되어있는 것만도 여러 가지이므로 그걸 주시면 됩니다. 그보다는 몇 가지 팁과 주의사항입니다.

 

(1) 베타는 육식성입니다. 채식 전혀 않습니다. 뭘 어떻게 해도 식성이 바뀌지 않으므로 속 편하게 전용 사료를 주시면 됩니다.

 

(2) 베타는 바닥에 떨어진 건 먹지 않습니다. 퍽 좋아하는 냉동 생먹이라도 바닥에 가라앉아버리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전용 사료는 시간이 지나도 잘 가라앉지 않는 부상성이 대부분일 겁니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먹이가 바닥에 가라앉는다면 즉시 스포이드로 제거해주세요. 먹이가 썩으면 배설물보다도 수질 악화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3) 그래서 베타에겐 주말사료가 통하지 않습니다. 침강성 덩어리이기 때문에 넣자마자 바닥에 가라앉고 베타는 집을 비운 내내 신경도 안쓰게 됩니다. 아무리 주말사료라도 천천히 풀리고 부패하는 건 어쩔 수 없거든요. 저도 이 실수 한 번으로 수산질병관리원까지 다녀왔고 아직도 등지느러미가 완전히 회복되질 못했어요ㅜㅜ.

 

(4) 사육기간이 좀 되면 하루종일 멍하니 늘어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조금이나마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방법 하나가 약간의 생먹이 공급입니다. 대표적으로 물벼룩브라인 쉬림프가 있겠죠. 열댓 마리 정도만 넣어줘도 그거 잡으러 돌아다니느라 활기를 되찾곤 합니다. 또다른 방법으론 점프 피딩이 있습니다. 원래가 수면 위의 곤충을 점프해서 잡아먹는 타입이기 때문에 손 끝에 사료를 묻혀 점프 시켜보면 꽤 잘합니다. 서울대공원 가도 '행동풍부화'에 대한 안내문이 있죠? 괴롭히긴커녕 신나게 만들어주는 거죠. 플레어링 거울도 같은 이치구요.

 

베타 점프 피딩

 

하다 보니 이러지 마라 저러지도 마라 잔소리가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인기와 미모에 비례해 부적절한 사육환경을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언젠가 한 번은 작정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 방법으로 잘 키우고 계시다면 그 방법이 모범답안인 겁니다. 하지만 자꾸 죽는데도 며칠 슬퍼하다 새로 데려오기를 반복하신다면... 멈춰주세요. 그리고 방법을 바꾸셔야 합니다. 베타의 수명은 사육시 통상 2~3년이라고 합니다. 예쁘고 사람 잘 따르는 우리 아이들 무병장수 만만세, 집사님들도 화이팅.

반응형

댓글